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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Who] 정몽규 불명예 퇴진, HDC현산 주택사업 '붕괴' 위기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 2022-01-17 1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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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11개월.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 재임 기간이다.

정 회장은 17일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건설현장에서 연이어 발생한 대규모 참사에 관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오늘Who]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4471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몽규</a> 불명예 퇴진, HDC현산 주택사업 '붕괴' 위기
정몽규 HDC그룹 회장 겸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17일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대회의실에서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와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 HDC현대산업개발 >

그는 23년여 동안 국민의 신뢰와 회사의 발전을 위해 쌓아온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돼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1976년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개발을 시작으로 아이파크 브랜드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왔다는 말도 했다. 그런 신뢰에 실망을 끼쳐 참담하고 죄송하다고 했다.

정 회장의 말대로다.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이파크는 한국 주택시장에서 신뢰를 받아온 대표적 브랜드다. 브랜드가 곧 가격이 되는 한국 아파트시장에서 높은 몸값을 누려왔다.

이번에 외벽 붕괴사고가 발생한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아파트 역시 2019년 분양 때 1단지와 2단지의 3.3㎡당 분양가가 각각 1635만 원, 1631만 원으로 당시 광주에서 가장 비쌌다. 평균 경쟁률이 67대 1에 이르렀다.

사업지의 입지 자체가 좋았지만 시공능력평가순위 10위 권 안에 드는 대형 건설사의 대표 브랜드라는 힘을 바탕으로 분양가를 높일 수 있었다.

그런데 HDC현대산업개발은 비록 고의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45년 동안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주택시장에서 받아온 인정과 믿음을 두 번이나 크게 배신했다.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붕괴사고를 반복해 희생자가 나왔다. 그것도 같은 지역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안전관리체계 자체에 관한 믿음이 바닥으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

특히 주택은 사람이 사는 공간이고 삶의 터전이기 때문에 아파트 건설에서 안전이라는 부분은 생명, 재산과 직결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정 회장의 회장직 사퇴와 자체쇄신 의지에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다른 것도 아니고 안전과 관련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미 온라인상의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정 회장의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직 사퇴를 두고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해가려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 반응이 나오고 있다. 

주택시장에서도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의 파장이 곧바로 나타나고 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광주 북구 운암3단지 재건축조합은 화정아이파크아파트 신축공사 현장 붕괴사고 발생 뒤 HDC현대산업개발에 시공계약 해지를 검토하겠다고 통보했다.

광주시 밖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이 수주전에 참여한 재건축사업단지 등에서 시공사 입찰 참여 자체를 반대하거나 단지 이름에서 아이파크 브랜드를 지워야 한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수주한 서울 강남구 개포1단지 주공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면서도 “조합원들 사이에서 재건축 단지명인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에서 아이파크를 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입찰에 참여한 경기도 안양시 관양동의 현대아파트 재건축사업장에는 ‘보증금 돌려줄테니 제발 떠나달라’, ‘재산과 목숨을 현산에 맡길 수 없다’와 같은 내용의 현수막이 붙었다.

안양 관양 현대아파트 재건축조합은 “현수막은 조합에서 붙인 게 아니다”고 하면서도 이날 회의 등으로 분주한 분위기였다.

시장의 반응과 함께 일각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앞으로 주택시장에 발붙이기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이번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를 두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은 피했지만 당장 현행 건설산업기본법 규정에 따라 최장 1년 이내의 영업정지가 내려질 수 있는 상황이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부실시공을 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발생시켜 건설공사 참여자 가운데 5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최대 1년의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설사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게 되면 공공사업 수주는 물론 신규 공사 수주활동도 전면 금지된다.

HDC현대산업개발 공사현장에서 대규모 사고가 두 번이나 발생하면서 정부 등 유관기관도 강경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안전보건공단은 앞서 14일 HDC현대산업개발에 수여했던 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취소했다. 고용안전부는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와 전국 65곳 사업장 특별점검을 위한 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

정 회장은 17일 발표한 사과문에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고객과 국민들의 신뢰가 없으면 회사의 존립 가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다시금 고객과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수립해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사고를 계기로 HDC현대산업개발은 환골탈태하는 자세로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거듭나겠다”고 다짐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았던 광주 학동 철거공사 붕괴사고는 2021년 6월 일어났다. 이 사고로 건설현장 앞 정류장에 정차한 시내버스 1대가 매몰되면서 버스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은 중상을 입었다.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실종된 광주 화정아이파크 신축공사 외벽 붕괴사고는 2022년 1월11일 발생했다. 두 사고 사이에 7개월 시간이 있었다.

정 회장은 1999년 현대그룹에서 현대산업개발을 들고 나와 HDC그룹을 세웠다. 그 뒤 HDC현대산업개발의 건설사업을 중심으로 20년 만에 HDC그룹을 자산 10조 원이 넘는 기업집단으로 키워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서울 강남구 대치 은마아파트와 함께 한국 아파트시장에서 상징적 단지로 꼽히는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4차부터 14차까지를 건설했다. 그 뒤 아파트 브랜드 아이파크를 통해 주택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져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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