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왼쪽)가 10일 오전 인천역 앞 광장에서 원희룡 정책본부장과 함께 산업화·교역일번지 인천지역 공약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윤석열 국민의힘 대통령선거 후보가 선거조직을 정비한 뒤 곧바로 정책 행보를 펼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한 줄 공약’이나 쇼츠(짧은 동영상)을 활용한 ‘59초 공약’ 등 기존과 다른 방식을 활용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내부 소통이 잘 되지 않는다거나 구체적 내용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떠오른다.
10일 정치권 안팎에 따르면 윤 후보의 공약발표나 SNS활동 등이 내부적으로 조율을 거치지 않고 나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 후보의 공약발표나 SNS활동 등에 긴 한숨을 쉬며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
원 본부장은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해체와 관련해 “3차 백신을 맞고 3일 동안 죽다 살아났는데 나와 보니까 해체됐더라”고 사전에 들은 바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 후보가 7일 SNS에 ‘여성가족부 폐지’라고 한 줄 공약을 올린 것을 놓고 진행자가 “너무 준비 없이 막 던진 것 아니냐”고 묻자 “솔직히 그 공약은 우리 본부에서 한 건 아니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원 본부장은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는데 후보가 최종 결정을 한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한 줄 공약의 새로운 형식도 발표 당시에는 몰랐으며 직후 윤 후보와 통화했다고 덧붙였다.
윤 후보는 한 줄 공약과 관련해 여러 말이 나오자 SNS를 통해 “‘여성가족부 폐지’가 맞다”며 “더이상 남녀를 나누는 것이 아닌 아동, 가족, 인구감소 문제를 종합적으로 다룰 부처의 신설을 추진하겠다”고 부연 설명을 했다.
전후 사정을 볼때 국민의힘 내부에서 양성평등부로 개편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지는 가운데 후보가 ‘폐지’라고 확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정책본부장과 대변인 모두 몰랐다는 태도를 보여 내부 조율을 하지 않고 후보가 앞서나갔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윤 후보가 성급하게 공약을 내놓으면서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날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과 관련해 "폐지한다, 반대한다를 넘어 어떻게 우리 사회가 더 개선될 수 있는지 대안을 말하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원 본부장과 같은 라디오에 출연해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면 왜 폐지하려고 하는지, 그러면 정부 조직 개편을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를 진지하게 다뤄주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며 “이준석 대표하고 화해하고 복귀한 이후에 선거운동을 너무 장난스럽게 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이준석 대표와 화해 이후 20~30대 남성 표심을 되돌리기 위해 여성가족부 폐지 등 여러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미 나온 것들이 대부분이라 정국의 주도권을 쥘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비롯해 병사 월급 200만 원 인상, 성범죄·무고죄 처벌 강화 등은 이미 당내 경선에서 나왔거나 다른 당의 경쟁 후보들이 제시한 공약들이다. 새롭고 구체적인 아젠다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다른 후보들을 뒤따라간다는 이미지만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11일 열리는 윤 후보의 신년 기자회견에 관심이 쏠린다. 한 줄 공약이나 59초 동영상 등과 달리 신년 기자회견은 공약의 배경과 내용, 구체적 실현 방안까지 소개할 수 있다.
윤 후보는 연말연시 지지율 하락을 겪었는데 최근 실무형 선대본부로 조직을 개편하고 반격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기자회견이 지지율 반등을 향한 첫 검증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국민의힘 선대본 정책본부장은 9일 “신년 인사 메시지 정도만 나가고 전반적 비전이나 구상을 밝힌 게 없었다"며 "신년 기자회견에서 후보로서 앞으로 전체적인 대선 캠페인과 국가 비전을 어떻게 하겠다는 걸 포괄적으로 밝히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서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