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의 자율협약이 시작되면 대주주 대한항공은 추가지원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부담을 완전히 덜어내기까지 만만치 않은 과정이 남아있다.
25일 증권업계 애널리스트의 말을 종합하면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하면서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리스크에서 벗어날 계기를 마련했다.
|
|
|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해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의 경영권을 사실상 포기하면서 대한항공이나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을 추가적으로 지원할 가능성도 낮아졌다는 것이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진해운의 자율협약이 개시된다면 대한항공의 한진해운에 대한 추가지원 리스크가 해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여러 차례 한진해운을 지원해 왔다.
대한항공은 2013년 2500억 원의 자금을 한진해운에 지원한 데 이어 2014년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4천억 원을 투자했다. 올해 초에는 한진해운이 발행한 영구채 2200억 원어치를 사들였다.
대한항공이 한진해운의 영구채를 인수할 때도 대한항공의 자금동원 여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저유가의 수혜를 입어 6천억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대규모 투자와 달러화 강세에 따른 환차손 등으로 당기순손실 7천억 원을 냈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실질적인 자금부담을 더는 것과 함께 기업가치 재평가 등 효과도 누릴 것으로 전망됐다.
교보증권 정유석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의 재무리스크가 대한항공으로 번질 우려가 반영돼 기업가치 상승이 제한됐다”며 “자회사 리스크가 제거되면 실적성장 등에 따른 기업가치 상승이 주가에 온전히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한진해운 리스크가 해소될 것이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자율협약을 받아들이고 본격적으로 구조조정 방안을 실시하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것이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한진해운이 회생하기 위해서 대대적인 채무조정과 함께 용선료 부담 해소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 연구원은 “한진해운 구조조정은 용선료 협상 결과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것”이라며 “선주들의 희생 없이는 채권단의 지원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에 들어갈 경우 한진해운에 투자한 금액에 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이 한진해운과 관련해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있는 액수는 6천억~8천억 원 수준인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한진해운 지분 33.2%의 장부가액과 한진해운이 발행한 영구채의 가치 등을 포함한 액수다.
류 연구원은 “대한항공이 한진해운 주식과 대여금 등 투자금을 모두 회수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며 "앞으로 한진해운에 대한 출자전환, 감자 등 조치가 시행되면 장부상 손실이 실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손실이 발생하면 대한항공은 부채비율이 올라가는 등 재무구조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868%에 이른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