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해외건설업계와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한국수력원자력이 이집트 엘다바 원전 건설사업 단독협상자로 뽑혀 현대건설에서 1조 원이 넘는 수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앞서 지난 2일 러시아 국영원전회사 로사톰의 자회사 JSC ASE가 건설하는 ‘이집트 엘다바 원전 4개호기 터빈 건물 등 2차측 건설사업’ 계약 체결을 위한 단독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한수원과 JSC ASE는 가격 등 계약 주요 조건과 관련한 협상을 2월까지 마치기로 했다. 두 회사는 내부승인 절차를 거쳐 4월 말까지 계약을 맺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집트 엘다바 원전사업은 1200MW(메가와트)급 원전 4기를 건설하는 것으로 2022년 착공 뒤 2028년 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워뒀다.
한수원이 프로젝트를 수주하면 현대건설과 두산중공업이 EPC(설계·조달·시공)을 맡는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이번 사업에서만 1조 원이 넘는 수주를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승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원전과 가스 플랜트에 관한 수요는 꾸준하다”며 “한수원의 수주는 최소 조 단위 규모로 현대건설에서만 1조 원 넘는 금액을 수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바라봤다.
현대건설은 별도기준으로 2021년 해외 수주목표 6조 원 달성에 실패했는데 윤 사장은 올해 조 단위 해외 수주를 잇달아 따내 지난해 구긴 체면을 회복하는 데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해외건설협회 자료를 살펴보면 윤 사장은 취임한 첫해인 2021년 현대건설은 해외수주 33억8927만 달러를 기록해 전년보다 47.5% 감소한 실적을 거두며 3위에 머물렀다.
코로나19 영향에 따라 다른 건설사들도 해외 수주 감소폭이 컸지만 윤 사장에게 해외수주 3위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성적이다.
해외건설협회 자료 기준으로 해외수주에서 현대건설은 2019년 41억6162억 달러로 1위에 올랐다가 2020년에 64억5462억 달러로 삼성엔지니어링에게 1위를 내주고 2위로 내려갔다. 2021년에는 한 계단 더 내려간 셈이다.
2021년 해외수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원인으로는 1조 원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 단독수주가 없었기 때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해외수주 가운데 굵직한 사업을 살펴보면 큰 베트남 꽝짝1화력발전소(총 사업비 2조1240억 원, 현대건설 지분 8864억 원)과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가스전 패키지2 프로젝트(총 사업비 2조 원, 현대건설 지분 8800억 원)가 있다.
광짝1화력 발전소는 일본 미쯔비시, 베트남1건설공사(CC1)과 컨소시엄을 이뤘고 자푸라가스전은 현대엔지니어링과 손잡고 수주에 성공했다.
반면 해외 무대에서 경쟁하고 있는 다른 국내 EPC사들은 조 단위 프로젝트를 따내며 수주잔고를 채웠다.
삼성물산은 노스필드 확장사업 패키지2(1조8천억 원)와 아랍에미리트 초고압 직류송전 공사(3조5천억 원), 삼성엔지니어링은 1조4500억 원에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가스전 패키지1, DL이앤씨는 러시아 가스화학 플랜트(1조6천억 원) 등 조 단위 프로젝트를 각각 수주했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도시정비 분야에서 수주(5조5499억 원) 1위를 거뒀고 2021년 3분기에 국내 수주 목표금액인 9조 원을 이미 초과 달성했지만 해외수주는 신통찮다는 평가가 많았다.
윤 사장은 올해 1조 원이 넘는 대형 프로젝트 수주를 잇달라 따냄으로써 해외수주 목표를 달성한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대건설의 수주 파이프라인을 살펴보면 이집트 엘다바 원전뿐만 아니라 올해 조 단위 프로젝트가 여럿이다.
규모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지만 카타르 노스필드 패키지4도 조 단위 프로젝트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줄루프 유전개발 패키지1(30억 달러)·패키지2(12억5천 달러), 아랍에미리트 하일앤가샤(30억 달러) 등이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올해 해외수주 목표금액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해외수주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올해 해외매출이 확연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