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사업 비중이 크다는 산업 특성 떄문에 게임업계에서 ESG경영이 매우 중요한 경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ESG는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주요한 기업 가치 판단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특히 게임업체들은 글로벌 사업 비중이 매우 크기 때문에 글로벌 투자자들의 비중도 높고, 이 때문에 이미 ESG가 중요한 경영 현안일 뿐 아니라 미래 사업 환경에서 ESG에 대한 고려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게임 회사 가운데 ESG경영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은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국내 게임회사 가운데 유일하게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10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ESG 등급 평가에서 국내 게임회사 가운데 가장 높은 A등급을 받았다. 12월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가 진행하는 ESG평가에서도 A등급을 받았다.
넷마블, 컴투스, 펄어비스 등 국내 대형 게임회사들은 아직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하는 데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각자 사내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ESG경영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펄어비스는 지난해 6월, 컴투스는 7월, 넷마블은 12월에 각각 ESG와 관련된 조직을 사내에 신설했다. 컴투스와 넷마블의 ESG위원회 위원장은 송병준 컴투스 이사회 의장과 권영식 넷마블 대표집행임원이 직접 맡고 있으며 펄어비스의 ESG 태스크포스(TF)는 허진영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총괄하고 있다.
다만 한쪽에서는 게임업체들의 ESG경영 도입이 ‘악어의 눈물’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게임업체들이 ESG를 외치고 있는 상황에서도 주요 사업인 게임 분야에서는 ESG의 세 가지 가치 가운데 사회적(Social) 가치 고려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연구원과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에서 모두 ESG경영 A등급을 받은 엔씨소프트는 올해 초부터 계속해서 ‘확률형 아이템’ 논란과 ‘게임 이용자 홀대’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확률형 아이템 논란과 관련해 최신 게임인 리니지W에서는 지나친 과금 유도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게임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에는 엔씨소프트가 실수로 잘못 공지한 내용을 신뢰하고 아이템을 구매한 게임 이용자들을 대량으로 제재한 ‘마일리지 행운상자’ 사건, 영웅등급 무기를 확률적으로 뽑을 수 있는 ‘회복의 성수’ 업데이트 등으로 게임 이용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ESG의 가치 가운데 ‘환경’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ESG 등급 평가에서 국내 상장 게임사 9곳 가운데 7곳이 환경 부문에서 D등급을 받기도 했다.
게임 개발과 환경보호의 관계가 언뜻 잘 연상되지 않지만 게임업계에 따르면 게임 개발 과정에서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많다.
글로벌 게임회사사인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데이터센터 공급업체를 선정할 때 환경 영향과 에너지 효율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고 있다. 액티비전블리자드가 현재 이용하고 있는 사무실과 창고 시설은 세계적으로 모두 21만4천㎡인데 이 가운데 약 15%가 친환경 인증인 리드(LEED) 인증 또는 ISO14001인증을 받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8월11일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에서 “게임 비즈니스와 ESG경영이 밀접한 연관성을 갖지 못하고 분리되어 실행된다면 소위 ‘ESG 세탁’의 위험이 발생한다”며 “본업인 게임비즈니스에서 환경보호나 사회적 책임을 전혀 다하지 못한 채 게임과 전혀 무관한 곳에서 ESG 경영을 실천한다고 내세운다면 그것은 자칫 기만적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게임회사들의 ESG경영이 실제로 중요한 경영 현안인 것도 맞지만 게임회사들의 면죄부처럼 이용되는 측면도 있다”며 “사업 구조나 과금모델(BM)을 ESG경영에 맞춰서 바꾸려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