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하우시스와 KCC글라스가 건자재를 넘어 종합 인테리어시장으로 무대를 옮겨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 회사 모두 그룹 차원의 인수합병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메움으로써 인테리어사업 역량을 강화한다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어 시장 주도권을 두고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 강계웅 LX하우시스 대표이사(왼쪽)와 김내환 KCC글라스 대표이사. |
29일 건자재·인테리어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B2C(일반 소비자 대상 거래) 인테리어시장이 건자재기업의 새로운 먹거리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LX하우시스와 KCC글라스는 둘 다 건설사 시공현장에 건자재를 대량으로 납품하는 기존 사업기반을 벗어나 인테리어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두 회사 사이 전선이 건자재에서 인테리어로 확대된 셈이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노후 주택도 늘어나면서 실내 공간을 종합적으로 수리하고 새롭게 설계하는 인테리어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코로나19로 실내 공간의 쓰임과 가치가 달라지고 전셋집이나 신축 아파트라도 필요와 개성에 따라 공간을 새롭게 활용하고 싶어하는 추세까지 겹쳐 B2C 인테리어 수요에 불이 붙고 있다.
국내 대표적 건자재기업인 LX하우시스와 KCC글라스의 사업 행보에서도 이런 시장 변화가 읽힌다.
두 기업은 건자재시장 1위를 놓고도 자존심 싸움을 벌여왔는데 올해 들어 인테리어사업 확대에도 경쟁적으로 나섰다.
특히 두 기업 모두 인테리어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벽지, 창호 등 영역 기업 인수합병에도 적극 나서면서 공격적 투자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LX하우시스는 올해 실내 리모델링 강자이자 가구업계 1위 기업인 한샘 인수전에서 롯데쇼핑에 승리를 내줬지만 그룹 계열사 LX인터내셔널이 현재 한국유리공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LX하우시스가 직접적 인수 주체는 아니다. 하지만 그룹에서 인테리어사업을 맡고 있는 만큼 한국유리공업 인수에 따른 시너지는 고스란히 LX하우시스의 몫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LX하우시스는 현재 플라스틱·알루미늄 창호, 기능성 유리 등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지만 건축용 판유리는 최대 경쟁자 KCC글라스가 지배하는 시장이다.
그런데 한국유리공업이 그룹 계열사로 편입되면 판유리 영역에서도 대항할 수 있는 무기를 갖추게 되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유리공업은 국내 건축용 판유리시장 점유율이 약 26%에 이르러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KCC글라스(51%)에 이어 2위 자리에 올라 있다.
건축용 판유리를 포함한 창호는 인테리어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으로 꼽힌다. 일반 소비자들이 아파트 내부를 리모델링할 때도 예산의 절반 가까이는 창호가 차지할 정도다.
한국유리공업은 1957년 세워진 유리 제조기업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판유리(판상형으로 제조한 유리로 채광재로 쓰임)를 생산했고 현재 창호부터 기능성 유리와 부자재 등을 종합적으로 취급한다.
KCC글라스도 그룹의 지원을 등에 업고 인테리어 영역의 포트폴리오를 채우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KCC글라스는 현재 모회사인 KCC와 함께 신한벽지 인수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벽지는 1996년 세워진 기업으로 LX하우시스, 개나리벽지와 함께 국내 벽지시장 ‘빅3’로 입지를 굳히고 있다.
KCC글라스도 신한벽지 인수로 벽지분야에서 LX하우시스와 경쟁할 수 있는 내부 밸류체인을 갖추게 된다.
KCC글라스는 2021년 3분기 기준 유리제품부문 매출 비중이 65.1%, 인테리어제품부문 비중은 25.7%, 파일제품부문이 6.7%다. 인테리어부문의 주요 제품은 바닥재, 필름, 마루, 타일, 인조대리석 등이다.
KCC글라스는 2020년 1월 KCC에서 유리 및 인테리어사업을 분사해 출범했다. KCC그룹은 애초 KCC 전체 사업을 KCC의 B2B부문과 KCC글라스의 B2C부문으로 나눠 효율적으로 경영하겠다는 전략으로 KCC글라스를 분사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인테리어·리모델링시장 규모는 2010년 19조3천억 원에서 2016년 28조4천억 원, 2020년에는 41조5천억 원으로 커졌다. 올해는 시장 규모가 60조 원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