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1-12-28 14:5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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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1~3세대 실손의료보험 갱신을 앞두고 있는 가입자들이 최대 50% 이상 보험료가 인상된 ‘폭탄 고지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병원을 자주 찾지 않는 사람들은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커졌다.
▲ 주요 손해보험사 로고.
28일 주요 손해보험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제2건강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 보험료의 인상률이 2022년에 9~16%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험소비자들의 체감 상승률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 1~3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가 3~5년 주기로 갱신되는데 이 때 그동안 누적된 인상요인이 한꺼번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연령 증가에 따른 요율 상승(1세당 평균 3%포인트)도 추가돼 고령층은 인상률이 100%가 넘을 수도 있다.
이병건 DB금융투자 연구원은 “3~5년의 갱신주기마다 도래하는 2019년 이후의 인상분 누적효과와 연령에 따른 보험료 상승효과를 고려하면 개별 소비자들이 느끼는 인상폭은 50%를 훨씬 웃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1, 2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는 2700만 명이고 올해 6월까지 공급된 3세대 가입자는 약 800만 명이다.
그동안 실손보험 가입을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4세대 실손보험은 기피대상이었다.
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치료를 특약으로 분리해 자기부담률을 급여 20%, 비급여 30%로 높였고 받은 보험금에 따라 최고 3배까지 다음년도 보험료가 인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 1, 2, 3세대 실손보험은 자기부담률이 각각 0~20%, 10~20%, 10~30% 수준이다.
4세대 실손보험은 많이 쓰면 많이 내고 적게 쓰면 적게 내는 개념을 담아 2021년 7월 출시됐지만 올해 9월 기준 가입자가 22만 건에 그치는 등 외면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기존 실손보험 보험료가 대폭 인상되는 만큼 보장혜택은 적지만 가격이 저렴한 4세대 실손보험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4세대 실손보험은 평균 보험료가 1만1982원 수준으로 저렴하다, 현재 7만~10만 원대 보험료를 내고 있는 1, 2세대 상품 가입자라면 4세대로 갈아탔을 때 보험료를 월 5만 원 넘게 줄일 수 있다.
특히 가족력이 없거나 병원을 자주 찾지 않는 젊은 사람은 4세대 실손보험으로 변경하는 것이 이득일 수 있다.
4세대 실손보험에서는 보험료 청구가 없는 사람들에게 다음해 보험료를 5% 할인해 준다. 기존 1~3세대 가입자 가운데 72.9%가 이와 같은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보험연구원 통계를 보면 2020년에 69%의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한 번도 보험금을 받아간 적이 없다.
그 다음해에도 실손보험을 청구하지 않았다면 5%가 더 할인되고 여기에 추가로 ‘무사고할인’을 통해 10% 할인을 더 받을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은 보험료 할인은 2024년부터 적용된다.
또 4세대 실손보험은 불임 관련 질환, 선천성 뇌질환, 피부질환 등에 관한 보장이 확대됐다.
최근 고령 산모의 증가 등 사회환경의 변화를 반영해 습관성 유산이나 난임(불임), 인공수정 관련 합병증 등을 보장해 준다. 임신하고 있을 때 보험에 가입하면 출생 자녀의 선천성 뇌 질환울 보장해 주고 치료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여드름 치료도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손해보험연구실장은 “4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치료를 받았을 때 다음해 보험료가 할증된다는 점이 강조돼 이와 관련한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크다”며 “그러나 대부분은 할증이 아닌 할인을 받는 구조이며 일부만 할증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를 위한 정책적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는 1~3세대 가입자가 2022년 6월까지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하면 1년 동안 보험료를 50% 할인해주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금융감독원에서는 기존 1~3세대 실손보험에서 대표적 비급여 과잉의료 항목으로 꼽히는 백내장 수술, 도수치료 등의 보험료 지급 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1~3세대 실손보험으로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