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1-12-20 17: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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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을 사용한 대체육으로 만들어진 불고기에 젓갈이 들어가지 않은 김치를 얹어먹는다.’
채식인구가 급증하면서 한식, 이른바 ‘K푸드’에도 채식 바람이 불고 있다.
▲ 농심이 내놓은 비건식품 브랜드 '베지가든' 제품. <농심>
CJ제일제당과 농심, 신세계푸드 등 국내 대표 식품기업들이 250만 명에 이르는 국내 채식인구를 잡기 위해 앞다퉈 채식상품을 내놓고 있어 누가 시장을 선점할지 관심이 쏠린다.
20일 식품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국내 식품기업들은 채식시장이 미래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것이라고 보고 시장 선점을 위해 힘을 쏟고 있다.
채식은 고기와 계란, 생선 등 동물성 식품의 일부 또는 전체를 피하고 식물성 식품을 중심으로 식생활을 하는 것을 말한다.
식품업계는 올해 기준으로 국내 채식인구가 25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2008년 15만 명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13년 사이 1500%가 넘게 늘어난 것이다.
이처럼 빠르게 늘어나는 채식인구를 겨냥해 식품기업들은 비건(완전 채식주의)식품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농심은 올해 초 채식 브랜드 ‘베지가든’을 내놓고 국내 식품 대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채식시장 깃발꽂기에 나섰다.
농심은 농심연구소와 농심그룹 계열사인 태경농산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식물성 대체육 제조기술을 간편식품에 접목해 베지가든 브랜드를 선보였다.
베지가든은 식물성 대체육은 물론 냉동식품과 즉석 편의식, 소스, 양념, 식물성 치즈 등 총 27개 라인업을 갖췄다. 이 가운데는 떡갈비, 너비아니와 같이 한국식 요리를 접목한 메뉴도 있다.
농심은 독자적으로 개발한 고수분 대체육 제조기술(HMMA)을 통해 실제 고기와 유사한 맛과 식감은 물론 고기 특유의 육즙까지 그대로 구현했다고 설명한다.
농심은 내년 4월 잠실 롯데월드몰에 베지가든 레스토랑도 연다. 식물성 재료로 만든 음식만 제공하는 비건 전문 음식점으로 스테이크, 플래터, 버거, 파스타 등 20여 개의 다양한 채식 음식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신세계푸드는 2016년부터 대체육 연구개발을 진행해 올해 7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선보이고 첫 제품으로 샌드위치용 햄을 내놨다.
이 제품을 활용해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스타벅스는 ‘플랜트 햄&루꼴라 샌드위치’를 출시해 3개월 동안 하루 평균 2천여 개씩 팔았다.
CJ제일제당도 19일 식물성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PlanTable)’을 론칭하고 비건 인증을 받은 100% 식물성 만두를 국내와 호주, 싱가포르에 출시했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며 ‘K푸드’의 대표 상품으로 꼽히는 ‘비비고 왕교자’의 맛을 고기 없이 구현한 것이다.
CJ제일제당은 제품 출시에 앞서 식물성 제품의 맛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꼽히는 콩 특유의 향을 잡을 수 있는 식품 조미 소재 ‘테이스트엔리치’도 개발했다.
대표 한식인 김치도 채식주의자를 위한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김치에 젓갈을 넣지 않고 만드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이 식물성 만두와 함께 내놓은 ‘비비고 플랜테이블 김치’는 젓갈 없이 100% 식물성 원료로 담근 김치다.
▲ CJ제일제당이 선보이는 '플랜테이블' 브랜드 제품. < CJ제일제당 >
김치 브랜드 ‘종가집’을 운영하며 세계에 김치를 수출하고 있는 식품기업 대상도 채식시장을 겨냥해 젓갈을 넣지 않은 김치를 내놨다.
식품기업이 아닌 기업들도 대체육 관련 기업 투자에 나서고 있다.
SK는 미국 대체 단백질 기업인 '퍼펙트 데이'에 지난해 약 540억 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 10월 650억 원을 다시 투자했다.
한화솔루션은 올해 9월 미국 대체육 스타트업인 ‘뉴 에이지 미트’가 진행한 2500만 달러(약 296억 원) 투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강화 움직임과도 무관하지 않다.
대체육은 소나 돼지 등 가축이 배출하는 메탄가스를 줄여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꼽힌다.
최근 기업들의 활동을 평가하는데 ESG가 중요한 지표가 되고 있어 탄소 배출을 줄이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대체육 등 채식상품 개발 및 투자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채식주의는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태생)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가치소비는 정치적, 사회적 신념에 따라 소비하는 것으로 소비 행위를 통해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드러낸다고 해서 ‘미닝아웃(Meaning Out)’이라고도 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세계 대체육 시장규모는 2019년 47억4100만 달러(약 5조4700억 원)에서 2023년 60억3600만 달러(약 7조 원)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체육류시장은 한국의 채식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측면에서도 잠재력이 높은 시장이지만 20대와 30대 소비자들 사이에서 환경보호적 측면을 고려하는 ‘윤리적 소비’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 점에서도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