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찬 기자 cyc0111@businesspost.co.kr2021-12-20 16: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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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규 서진시스템 경영총괄사장이 이르면 2022년 1분기부터 컨테이너박스 생산사업에서도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 사장은 기존 주력사업인 통신장비부품사업에다가 반도체장비부품사업, 에너지저장장치(ESS)부품사업을 신사업으로 키우고 있었는데 컨테이너박스 생산사업까지 더해 서진시스템의 성장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된다.
▲ 전동규 서진시스템 경영총괄사장.
20일 서진시스템에 따르면 11월 한국해양진흥공사, HMM, 에이스엔지니어링과 ‘국적선사의 안정적 컨테이너박스 확보를 위한 공급처 다변화 협력 업무협약(MOU)’을 맺은 뒤 베트남에 컨테이너박스 생산시설을 마련하기 위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해양진흥공사 관계자는 "서진시스템은 베트남에서 40피트 규모의 컨테이너박스를 한달에 4천 개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내년 1분기 한 개 생산라인부터 가동한 뒤 사업진행 상황을 봐가며 1개 생산라인 추가 투자를 진행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서진시스템으로서는 컨테이너박스 생산사업이 또다른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세계 해상물동량이 급증하면서 국내외 수출입업체들은 컨테이너박스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컨테이너박스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해운 조사기관 드류리에 따르면 16일 기준 40피트 규모의 컨테이너박스 한 개 가격은 약 9292달러로 1년 전과 비교해 169% 올랐다.
서진시스템이 향후 한 달에 40피트 규모의 컨테이너박스 4천 개를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되면 개당 가격을 9천 달러로만 잡더라도 한 달에 3600만 달러(430억 원)가량의 매출을 더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진시스템은 3분기 매출 1736억 원을 올렸는데 이때 분기 기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컨테이너박스 생산사업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진시스템은 2011년부터 베트남에 현지 통신장비부품과 에너지저장장치 등의 생산시설과 영업법인을 운영하고 있어 베트남에 컨테이너박스생산을 위한 설비를 추가하는 데 부담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협약을 맺은 에이스엔지니어링으로부터 컨테이너박스 제조기술을 도입하고 컨테이너박스를 공급할 곳(HMM)도 마련해 뒀다는 점에서 사업위험도 한층 덜었다고 볼 수 있다.
전 사장은 컨테이너박스 생산시설 구축에 필요한 대규모 자금 확보방안도 마련해 뒀다.
서진시스템은 17일 이사회에서 약 400만 주로 바꿀 수 있는 188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서진시스템은 이 자금을 신규 프로젝트에 대응하기 위해 베트남공장에 시설 확충과 원자재 구입 등으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는데 컨테이너박스사업을 위한 자금으로 활용될 공산이 크다.
전환사채 물량이 총 발행주식의 21%가 넘기 때문에 향후 경영권에 부담이 될 수 있음에도 대규모 투자유치를 단행했다는 점에서 전 사장은 이번 컨테이너박스 생산사업에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 사장은 서진시스템의 최대주주로 9월 말 기준 서진시스템 지분 30.83%(약 579만 주)를 보유하고 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박스 시장은 그동안 국내기업들은 경제성과 사업성을 확보하기 힘들어 도전하지 못했는데 서진시스템은 베트남을 거점으로 하고 있어 추가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진시스템은 알루미늄 가공기술을 앞세워 그동안 삼성전자 등에 통신장비부품을 공급하는 것을 주력사업으로 해왔다. 2019년만 해도 휴대폰부품을 포함해 통신장비부품 매출비중이 전체의 52%를 차지했다.
2020년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5G(5세대 이동통신) 투자가 지연되면서 전동규 사장은 알루미늄 가공기술력을 앞세워 케이스 등 에너지저장장치부품과 반도체장비부품사업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서진시스템의 통신장비부품사업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3분기 27.6%까지 낮아졌고 대신 에너지저장장치부품사업은 21.6%, 반도체장비부품사업은 11.3%까지 높아졌다.
전 사장은 2017년 기업공개(IPO) 간담회에서 "통신장비부품 중심에서 반도체장비부품 등으로 사업부문을 확대해 종합 메탈플랫폼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한 뒤 꾸준히 사업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는 셈이다.
전 사장은 1970년 태어나 25살의 나이에 서진시스템의 전신인 서진테크를 창업했다. 2007년에는 서진시스템으로 회사이름을 바꿨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