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년 만에 담뱃세 인상을 추진하면서 KT&G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가격인상으로 KT&G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상승을 이끌고 있다.
20일 KT&G의 주가는 전날보다 1.72% 오른 8만8800원을 기록했다. 장중 한 때 8만9400원까지 오르며 52주 최고가인 8만9200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KT&G 주가는 세 달 전보다 15%나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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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영진 KT&G 사장 |
주가가 상승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정부의 담뱃세 인상 이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2일 ‘세계 금연의 날’ 행사에서 담뱃세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004년 이후 10년째 62%의 세율을 바꾸지 않았다.
임종규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행사 전날 열린 브리핑에서 “세계보건기구(WHO)의 담뱃세 인상권고를 받아들여 담뱃세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임 국장은 “이미 기획재정부 등 정부부처도 인상 필요성을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달 말 한국 등 담배규제기본협약 당사국들에 담뱃세를 지금보다 50% 더 올려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 경우 2500원짜리 국산 담배 한 갑의 가격은 약 800원 오른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3일 “담뱃세는 2004년 말 이후 조정된 적이 없는 데다 정부가 금연을 유도하기 위해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며 “2016년 총선이 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인상시기는 빠르면 올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담뱃세 인상의지를 강하게 드러내자 KT&G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세금인상에 따라 담뱃값이 올라가면 그동안 부진했던 실적을 만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민영진 사장이 2010년 KT&G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KT&G는 실적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KT&G는 지난해 매출 3조8216억 원에 영업이익 1조133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각각 4.1%와 2.2%나 감소한 액수다. 영업이익의 경우 2009년부터 5년째 하락했다. 2010년 1조307억 원이던 순이익은 3년 만에 45.7%나 떨어진 5593억 원에 그쳤다.
이경주 연구원은 “모든 담배제품 가격을 200원씩 올린다면 주당순이익(EPS)은 기존 예측치보다 30% 이상 오를 것”이라며 “다만 물가부담 등을 고려할 때 일부 저가제품 가격만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주당순이익은 기업의 당기순이익을 발행한 총 주식수로 나눈 값이다. 주당순이익이 높을수록 경영실적이 양호하다.
우원성 키움증권 연구원도 13일 보고서에서 “판매량 감소가 없다면 담배 1갑당 평균 단가가 10%(약 71원) 오르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7%와 16%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 실적회복이 기대만큼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담뱃값 인상효과가 과거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같은날 “국내 담배시장 규모가 10년 전부터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담뱃값을 인상하면 판매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차 연구원은 “KT&G의 고가담배 비중이 이미 80%에 달해 가격인상 부담이 큰 편”이라며 “또 정부가 적극적으로 금연정책을 펼치고 있어 판매량 감소가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T&G의 한 관계자는 “담뱃값 상승폭은 정부가 세금을 얼마나 높일 것인가에 달렸다”며 “세금 인상폭이 결정되면 소매점 마진과 원가 등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