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명병기 사업은 각 지하철역의 역 이름에 기관 등 명칭을 유상으로 함께 쓰는 사업이다. 3호선의 ‘경복궁역(정부서울청사)’와 같은 식으로 병원, 대학, 기업 등의 이름이 역명에 함께 표시된다.
올해 7월 말에 8개 역을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한 이후 현재 30개 역에 역명병기가 적용되고 있다. 13일까지는 을지로3가역, 신용산역 등을 대상으로도 공모가 진행됐다.
11월에는 수익창출 확대를 위해 역명병기 사용기관 선정에 적용되던 해당 역사와 거리제한을 최대 1km 내에서 2km내로, 선정 가능한 의료기관을 기존 대형병원에서 중소형병원으로 확대하는 등 기준을 완화하기도 했다.
좀 더 많은 기관과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비운수사업의 수익을 끌어올려 보려는 방안이다.
역명병기 사업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서울지하철을 운영하던 2016년에 시작됐지만 서울교통공사가 출범한 뒤로는 김 사장이 처음 추진하는 사업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역명병기를 놓고 추가적으로 수요가 발생하는 상황”이라며 “역명병기가 적절한 역들을 추가로 발굴해 역명병기 대상 역사를 계속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역명병기 사업 외에도 서울교통공사 캐릭터인 ‘또타’ 캐릭터 사업을 비롯해 지하철 역사를 활용한 공유오피스 사업, 물품보관 서비스인 ‘또타스토리지’, 역사 내 의원과 약국을 조성하는 ‘메디컬존’ 사업 등 비운수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김 사장이 비운수사업 확대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서울교통공사의 만성적 적자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는 출범 첫해인 2017년부터 4074억 원의 순손실을 본 이후 매년 순손실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에 따른 피해가 커지면서 2020년에는 1조1137억 원의 순손실을 봤다. 올해 역시 조 단위의 순손실이 불가피해 보인다.
비운수사업의 확대는 김 사장이 자신의 권한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자구노력이기도 하다.
문제는 안간힘을 쓰면서 끌어 모을 수 있는 자구노력 방안들을 다 합해도 서울교통공사의 손실규모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올해 역명병기 사업으로 거둘 매출이 25억 원 정도로 예상될 만큼 현재 추진되는 비운수사업 확대를 통한 매출 상승은 전체 손실액과 비교하면 비중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서울교통공사가 경영상황 개선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순손실의 주요 원인으로는 노약자 등 무임수송 비용과 원가에 못 미치는 운임이 꼽힌다.
최근 5년 동안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액은 연평균 5542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지하철 요금 역시 기본요금 1250원으로 6년째 동결 중이다. 서울지하철의 1인당 수송원가가 2천 원으로 추산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1명의 승객당 800원 정도 손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무임수송 국비보전 문제는 물론 지하철 요금인상은 모두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김 사장이 적극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게다가 현재 대선을 앞둔 시점인 만큼 무임수송 국비보전 문제는 당장 논의가 진척되기 어렵다.
올해 9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무임수송 국비보전 등을 포함해 공사의 재정적자 해결 방안과 관련해 파업직전까지 갔다가 극적으로 화해하기도 했지만 이후 정치권에서는 관련 논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정치권의 움직임을 보면 여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노사협상이 타결된 다음날인 9월14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무임승차가 서울교통공사 재정 악화의 근본원인이라면 정부와 국회가 합리적 방안을 찾는 것이 타당하다”고 원칙적 입장을 밝힌 정도다.
야권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에 무임승차 국비보전을 위한 국비 확보에 지원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하철 요금인상은 더욱 상황이 어려워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20일 내놓을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도 물가상승률 목표를 2.0% 이상의 수치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2016년 이후 2.0%를 넘는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제시한 적이 없다.
기존보다 높은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제시할 만큼 물가상승 압력이 큰 상황이라는 점, 기재부의 경제정책방향이 단순한 전망치가 아닌 정책 의지가 담긴 수치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정부는 내년에 강하게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할 가능성이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