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능력에 대한 신뢰를 얻은 뒤 삼성그룹의 대규모 지배구조 개편을 추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 부회장은 삼성생명을 금융지주사로 전환하고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하는 등의 개편을 통해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하는 지배구조체제를 갖추려 할 것으로 전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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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8일 "삼성그룹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후의 시대로 넘어가며 지배구조 전환의 당위성이 커지고 있다"며 "오너일가의 후계구도 안착과 지배구조 확립이 점차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연구원은 이 회장이 병상에 올라 경영에 참여할 수 없게 되자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 후 지배구조를 정착화하기 위해 빠르게 삼성그룹의 사업구조를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그룹의 방산과 화학계열사를 각각 한화그룹과 롯데그룹에 모두 매각하고 바이오사업 등 신수종사업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와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제일기획 등 계열사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최대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향후 성장전망이 불투명해지자 삼성전자에 의존하는 계열사 실적에도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연구원은 "이 부회장 아래 삼성그룹의 강도높은 사업재편이 이어지는 것은 향후 위기에 선제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며 "경영능력을 입증해 시장에서 신뢰를 얻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부회장은 신사업의 성장 가능성이 가시화되며 시장에서 경영능력을 인정받게 되면 곧바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그룹의 금융계열사는 최근 전자계열사와 마찬가지로 활발한 수직계열화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최근 삼성카드의 지분을 계열사들로부터 대량인수해 금융회사와 비금융회사의 교차출자를 크게 해소했다.
이 부회장이 이처럼 전자계열사와 금융계열사를 각각 수직화하고 구조조정을 완료한 뒤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변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연구원은 금융계열사의 수직계열사를 강화한 삼성생명이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게 향후 지배구조 개편에서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생명을 금융지주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한 뒤 삼성금융지주 공개매수로 현물출자를 통해 실질적 지주사인 삼성물산의 지분율을 높여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갖춰낸다는 것이다.
이후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삼성전자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커 현상태에서 지분율을 늘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상당부분은 사업부문이 형성하고 있어 투자부문의 지분 취득은 비교적쉬울 것"이라며 "이후 장기적으로 삼성물산과 삼성전자 투자부문의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이처럼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금융지주사와 삼성전자에 대한 지분을 충분히 확보한다면 이 부회장이 견고한 지배구조체제를 갖춰 안정적인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지배구조 변화는 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의 기업가치도 높이는 효과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의 경우 지주회사로서 프리미엄 가치를 확보할 수 있고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는 기업가치를 재평가받을 계기를 마련하게 된다.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삼성SDS 역시 솔루션사업 등 신사업에서 성장성을 증명해 기업가치를 높인다면 향후 삼성전자의 투자부문과 합병해 오너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율을 높이는 데 이용될 수 있을 것으로 에상된다.
이 연구원은 "이 부회장의 지분매각 이후 삼성SDS의 주가는 크게 하락했지만 아직 활용가치가 충분하다"며 "삼성SDS의 기업가치가 극대화되는 시점에 삼성전자의 투자부문과 합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