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가 진짬뽕으로 라면시장을 얻는 사이 가정간편식시장에서 영향력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15일 “오뚜기가 지난해 마케팅 비용을 라면에 집중하면서 카레 등 주력제품의 시장점유율이 하락했다”며 “마케팅 무게의 중심을 라면에서 다시 현금창출원인 주력사업으로 돌릴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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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영준 오뚜기 회장. |
함영준 오뚜기 회장은 2010년 취임 뒤 사업다각화에 힘쓰면서 라면을 그 중심에 뒀다. 지난해 진짬뽕이 흥행하며 프리미엄라면 인기의 최대수혜자로 손꼽혔다.
하지만 라면시장에 집중하는 사이 오뚜기의 주력제품들이 매출과 시장점유율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오뚜기의 가장 탄탄한 수익원으로 꼽히는 카레는 지난해 4분기에 시장점유율이 전분기보다 1.3% 감소하며 80.5%까지 떨어졌는데 80% 선을 깨고 더 내려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매출도 하락세다. 오뚜기는 카레와 3분류 가공식품을 포함한 건조식품에서 올해 1분기에 매출 651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지난해 1분기보다 4.2% 감소하는 것이다.
케찹과 마요네즈 등을 포함한 양념소스류 매출도 지난해 1분기보다 1.2% 떨어진 890억 원을 낼 것으로 추정됐다.
홍세종 연구원은 “국물라면 성수기인 1분기 진짬뽕의 활약이 이어져 전체실적은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며 “오뚜기가 2분기부터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건조식품류와 양념소스류 매출이 증가세로 돌아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진짬뽕 등 프리미엄라면의 성공도 그동안 주력제품들이 견고한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현금창출을 해줬던 데 힘입은 바가 크다고 업계는 파악한다.
오뚜기는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카레 등의 매출 덕분에 경쟁사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내놓는 저가전략을 펼쳐왔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점유율이 위태로운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아니지만 워낙 견고했던 부분이 무너지면서 위기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가정간편식시장 자체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오뚜기가 주력시장에 다시 신경을 써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 회장은 오뚜기의 한계로 늘 지적되어 온 해외사업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과제에 더해 가정간편식 내수시장 점유율을 지켜야 한다는 또다른 과제도 안게 됐다.
오뚜기는 2010년 함 회장 취임 뒤 줄곧 해외시장 확대에 주력해왔지만 지난해 해외매출이 전체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 수준에 그쳤다.
오뚜기 관계자는 “오뚜기가 1위 업체다 보니 점유율 하락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오뚜기는 다양한 제품군을 보유한 만큼 일부제품 점유율 하락에 큰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카레 등이 오뚜기의 주력제품인 것도 사실인 만큼 신제품 개발 등으로 시장수성에 더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