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가 한국 진출을 노리는 미국계 손해보험사인 팩토리뮤츄얼글로벌과 내년부터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계 재보험사가 이미 국내에 9곳이나 진출해 있는 상황에서도 코리안리가 60%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어 팩토리뮤츄얼글로벌의 한국 진출에도 점유율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 원종규 코리안리재보험 대표이사 사장.
22일 보험업계에 안팎에 따르면 팩토리뮤츄얼글로벌이 한국에 지점을 설치하기 위해 진행하고 있는 본허가 절차가 2022년 상반기에 끝날 것으로 예상된다.
팩토리뮤츄얼글로벌은 미국 로드아일랜드주 존스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보험회사로 자연재해, 대형선박 등 위험도가 높은 보험계약을 주로 취급한다.
데이터공급업체 크래프트에 따르면 팩토리뮤츄얼글로벌은 지난해 세계시장에서 매출 53억 달러(약 6조3천억 원) 규모를 거뒀다.
팩토리뮤츄얼글로벌은 그동안 국내 보험사의 기업성보험을 재보험 형태로 보유해왔다.
기업성보험은 기업 운영과 관련해 발생하는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으로 회사 소유의 건물이나 동산, 선박 등을 대상으로 가입하는 보험을 말한다.
재보험은 보험사가 보험계약상의 책임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보험사에 인수하도록 하는 보험을 말한다.
보험사가 재보험을 하는 이유는 홀로 부담하기 힘든 고액의 보험계약을 했을 때 위험을 다시 분산하기 위한 것이다.
팩토리뮤츄얼글로벌의 이번 한국 진출은 그동안 대리점을 통해 인수하던 재보험을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직접 받아 수익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팩토리뮤츄얼글로벌은 내년 상반기 이후에야 한국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10월27일 팩토리뮤츄얼글로벌의 한국지점 보험업 예비허가안을 의결했다.
보험업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예비허가를 받은 회사는 예비허가를 받은 날부터 6개월 이내에 예비허가의 내용과 조건을 이행한 뒤 본허가를 신청해야 한다.
금융위원회가 본허가를 검토하는데 대략 2개월이 소요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팩토리뮤츄얼글로벌의 한국 진출은 내년 상반기부터 가능하다.
다만 팩토리뮤츄얼글로벌의 한국 진출이 국내 재보험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보이고 있는 코리안리의 점유율을 쉽게 깨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코리안리가 뮌헨리, 스위스리, 스코리, 하노버리 등의 외국계 보험회사의 한국 진출에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재보험시장을 놓고 국내 유일의 전업 재보험회사인 코리안리와 외국계 보험회사 9곳 등 모두 10곳의 회사가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코리안리는 2020년 기준으로 61.2%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코리안리는 올해 3분기 별도기준으로 매출액 2조2110억 원, 영업이익 662억 원, 순이익 576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5.7%, 영업이익은 118.7%, 순이익은 205.6% 각각 증가했다.
코리안리는 국영회사인 대한손해재보험공사로 출범한 뒤 1978년 민영화됐지만 국내우선출재제도를 바탕으로 성장해 지금의 독점체제를 형성했다.
국내우선출재제도는 국내 재보험을 국내 회사에게 먼저 주도록 하는 제도로 1993년부터 1997년까지 순차적으로 폐지됐다.
업계에서는 외국계 보험회사가 국내에 진출하고 있지만 코리안리가 그동안에 국내에서 쌓은 노하우와 데이터가 상당하기 때문에 외국계 보험회사가 시장의 판도를 흔들지는 못할 것으로 바라본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팩토리뮤츄얼글로벌이 국내에 진출한다고 하지만 국내에 진출하는 외국계 회사가 하나 더 늘어나는 것이고 지금도 원보험사들이 외국계회사와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기 때문에 코리안리에 가시적으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하기 애매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