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LG그룹 안팎에 따르면 LG그룹 임원인사는 통상 11월에 실시되는데 차석용 부회장의 연임 여부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차 부회장의 임기는 2022년 3월 종료된다.
차 부회장은 LG그룹에서 최장수 CEO로 꼽힌다.
당초 해태제과 사장으로 있다 2004년 말 LG그룹에 영입돼 줄곧 LG생활건강 대표이사를 지냈다. 대표 임기만 올해로 16년째다.
국내 전체 전문경영인 중에서도 차 부회장 같은 사례는 흔치 않다. 기업평가업체 CEO스코어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한국 500대 기업 CEO의 평균 재임기간은 3년6개월에 불과했다. 차 부회장은 곽선기 서희건설 대표이사에 이어 현직 CEO 가운데 2번째로 재임기간이 긴 것으로 조사됐다.
차 부회장이 이처럼 오래 LG생활건강을 이끌 수 있었던 비결은 당연히 그만큼 경영성과가 뛰어났기 때문이다.
차 부회장 취임이 결정됐던 2004년 당시 LG생활건강은 매출 9526억 원, 영업이익 544억 원을 냈다. 지난해 LG생활건강은 매출 7조8445억 원, 영업이익 1조2209억 원을 거둬 급성장해왔다. 특히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부터 올해 3분기까지 1개 분기를 제외하고 지속해서 증가세를 보여 ‘차석용 매직’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런 LG생활건강의 성장은 차 부회장체제에서 추진된 과감한 인수합병과 고급 브랜드 전략에서 비롯됐다.
차 부회장은 코카콜라음료, 한국음료, 해태음료, 더페이스샵 등 굵직굵직한 기업들을 사들이며 생활용품에 편중됐던 사업을 음료와 화장품으로 다각화했다. 또 기존 고급 화장품 ‘후’를 성공적으로 시장에 정착시킨 데 이어 ‘숨’과 ‘오휘’ 등도 선보이며 글로벌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LG그룹이 내년에도 차 부회장에게 LG생활건강을 맡길 공산이 크다는 말이 재계 안팎에서 나오는 까닭이다.
다만 차 부회장이 LG그룹 최장수 CEO이면서 최고령 CEO이기도 하다는 점이 연임 여부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차 부회장은 1953년 태어났다. 올해 69세로 내년에는 70세가 된다. LG그룹 부회장 3명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과 신학철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은 1957년 출생이다.
최근 10여 년 동안 LG그룹에서 CEO를 맡았던 부회장들을 보면 대부분 70세를 맞이하기 전에 경영일선에서 내려온 것으로 파악된다.
하현회 전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1956년 출생)은 2020년 용퇴했다. 한상범 전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부회장(1955년)은 2019년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성진 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1956년)은 2019년에, 박진수 전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1952년)은 2018년에, 이상철 전 LG유플러스 대표이사 부회장(1948년)은 2015년에 CEO를 그만뒀다.
강유식 전 LG 대표이사 부회장(1948년)은 2012년 경영현장을 떠나 LG경영개발원으로 이동했다. 1949년 태어난 김반석 전 LG화학 대표이사 부회장과 남용 전 LG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각각 2012년, 2010년 후임에게 CEO 자리를 물려줬다.
물론 CEO의 연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경영능력이다. LG그룹이 차 부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짓는 과정에서 나이는 그리 중요한 기준이 아닐 가능성이 짙다.
차 부회장의 뒤를 이을 인재를 찾는 일 자체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LG생활건강에서 차 부회장 바로 다음 서열은 모두 부사장으로 김홍기 CFO 부사장, 이형석 뷰티사업부장 부사장, 이창엽 미주사업총괄 부사장 등이 있다.
김홍기 부사장은 LG에서 CFO를 맡다 2018년 말 임원인사로 승진해 LG생활건강에서 일하고 있다. 이형석 부사장은 지난해 말 부사장에 올랐다. 이창엽 부사장은 당초 한국코카콜라 대표를 지내다 2019년 말 LG생활건강으로 이동했다.
모두 부사장 승진 후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았거나 LG생활건강에서 일한 경험이 적은 셈이다.
LG그룹이 다른 계열사나 외부 기업에서 새로운 전문경영인을 찾을 수도 있지만 ‘차석용 매직’에 다시 기회를 주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불확실성이 높은 방안으로 여겨진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