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농심에 따르면 올해 안에 해외에서 판매하는 라면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심이 해외에서 가장 최근 라면 가격을 인상한 때는 2017년이다. 4년 동안 라면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
농심의 해외 라면 가격은 국내와 별도로 해외 현지법인이 제품 원가, 물류비 등을 고려해 상황에 따라 책정한다.
농심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에서 인지도 확대 등을 위해 가격을 올리지 못했다”며 “최근에 ‘K-라면’이라며 인기를 끌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해외에서는 이름을 알리는 수준이기 때문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가격을 쉽게 올리지는 못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원가 상승 압박이 커지자 신 회장은 국내에 이어 해외에서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심은 국내에서 8월16일자로 라면 가격을 평균 6.8% 인상했다. 2016년 12월 이후 4년8개월 만이다.
라면은 ‘서민식품’이라는 인식이 강해 소비자의 가격 저항력이 특히 높은 데다 대체제도 많아 그동안 농심은 원가 인상에도 가격을 올리기 어려웠다.
국내에 이어 해외에서도 라면 가격을 인상하면 농심의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음식료업종 투자에서 가격 인상은 중요한 투자 포인트다"며 "가격 인상에 따른 매출 증가가 영업이익에 대부분 반영되기 때문이다"고 바라봤다.
신 회장이 해외에서 라면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최근 해외에서 한국의 라면이 관심을 받으면서 농심의 세계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자신감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심 신라면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 해외 매출이 국내보다 더 많다.
신라면의 3분기 누적 국내외 매출은 6900억 원으로 이 가운데 3700억 원(53.6%)가 해외매출로 집계됐다.
농심은 이러한 추세를 감안해 올해 신라면의 예상매출 9300억 원 가운데 53.7%인 5천억 원을 해외에서 벌어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현상은 신라면을 해외에 수출한 뒤 처음 있는 일이다.
농심은 1986년 신라면을 출시한 뒤 1년 만인 1987년부터 수출을 시작했다.
농심은 1996년 중국 상하이에 공장을 설립한 뒤 중국시장을 공략해왔으며 미국에도 2005년 로스엔젤레스에 공장을 짓고 미국시장 공략에 힘을 쏟았다.
글로벌시장 조사업체 유로모니터의 조사에 따르면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농심은 2019년과 2020년에 세계 5위 라면 기업으로 이름을 올렸다.
올해 말 미국 제2공장의 상업생산도 시작하면 해외 생산량도 크게 늘릴 수 있어 매출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심은 캘리포니아주 로스엔젤레스 인근에 2억 달러(약 2400억 원)를 투자해 미국 제2공장을 짓고 있다. 제2공장은 기존 미국 제1공장의 3배 크기인 약 15만4천㎡ 규모에 이른다.
제2공장까지 가동되면 미국 현지에서 연간 약 3억5천만 개의 라면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미국 제1공장에서 생산되는 양까지 합치면 연간 약 8억5천만 개를 미국 현지에서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신 회장은 미국 제2공장을 거점으로 남미지역 공략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 회장은 취임 때부터 해외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신 회장은 올해 7월 취임사를 통해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라면기업 5위라는 지금의 성적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며 “생산 및 마케팅 시스템을 세계 톱클래스로 재정비할 것이며 현재 30%대인 해외매출 비중을 확대해 나가며 더욱 가파른 성장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