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
한국은행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을 둘러싼 논의가 갈수록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디지털화폐 도입을 위한 모의실험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공론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15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은행 업무현황을 보고하며 “디지털경제로 빠른 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특히 중앙은행 디지털화폐과 관련해 “도입에 대비해 기술적 토대 구축과 제도적 측면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정부가 가치를 보증하고 발행과 관리 등을 정해진 기관이 담당하기 때문에 민간에서 발행하는 가상화폐와 달리 법정화폐로 지위를 인정받는다.
한국은행은 8월부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모의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연말까지 디지털화폐 발행과 지급결제 등 기본기능을 구현하는 1단계 실험이 이뤄지고 2022년 6월까지 2단계 실험으로 관련 정책, 디지털자산 구매, 해외송금 등 확장 기능을 시험한다.
이 총재는 “2022년 중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이 한국은행 정책수행에 미칠 영향을 비롯한 제반 고려사항을 놓고 연구를 마무리해 도입기반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다만 한국은행은 도입 기반을 갖추는 데 열중하고 있으나 정작 도입 여부를 두고는 선을 긋고 있다. 모의실험은 발행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며 활용 가능성을 시험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이러한 태도를 놓고 지나치게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이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한국은행이 나서서 도입 여부를 공론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15일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은 금융·통화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이점과 위험을 충분히 토론해야 한다”며 “기술적 준비만 되면 바로 시행할 수 있다는 발상은 위험하며 공론화 과정을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용 의원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의 태도를 비교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은 5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을 결정하기 전에 광범위하게 의견을 결정하겠다”며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설계는 통화정책, 금융안정, 개인정보보호 등 고려사항이 많아 대중과 선출직 공직자의 의견을 포함해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준은 또 사회적 대화를 유도하기 위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의 이점과 위험성을 담은 토의보고서를 발간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토의보고서는 10월 중에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한국은행은 6월 금융업계를 상대로만 비공개 설명회를 여는 등 대중이나 정치권을 상대로 한 소통은 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기술적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 근거를 담은 법안도 이미 나와 있어 정치권에서 관련 논의는 더욱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9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규정을 명시한 한국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서 의원은 “현행법에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에 명시적 규정이 없어 법적 지위에 논란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구체적 발행근거를 명시해 디지털화폐가 법화로서 지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추세가 강화하면서 주요국가들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 논의는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적극적으로 앞서나가는 중국은 이미 2022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공식적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13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연차총회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관련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현금을 보완하고 유동적이고 안전한 결제자산이자 결제시스템으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발행으로 공공정책과 규제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면서 투명성과 법적 지배구조 등이 지켜져야 한다는 내용의 발행원칙에 합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