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이 전기차배터리 다변화를 추진하며 전기차시장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
기존 주력 배터리제품의 핵심원료 가격 상승으로 원가부담이 높아져 비용을 줄일 필요성이 커졌다. 전기차 대중화 시점이 다가올수록 중저가차량에 쓰이는 배터리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제조원가가 적게 드는 배터리 개발로 눈을 돌리고 있다.
▲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
13일 SK온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를 계기로 지 사장은 고효율 전기차배터리와 중저가 전기차배터리시장을 함께 공략하는 이원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주력인 니켈·코발트·망간(NCM)을 혼합한 삼원계배터리로 고효율 전기차시장을 공략하면서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새로 개발해 중저가 전기차시장도 노린다는 것이다.
지 사장이 리튬인산철배터리까지 사업영역을 확장하려는 것은 배터리사업에서 비용 절감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니켈과 코발트를 비롯한 삼원계배터리 원료의 가격도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글로벌 코발트 가격은 2020년 12월 말 기준 톤당 3만2천 달러에서 2021년 10월 기준 톤당 5만3천 달러까지 올랐다. 니켈 가격도 같은 기간 톤당 1만6천 달러에서 1만9천 달러까지 상승했다.
삼원계배터리와 달리 리튬인산철배터리는 코발트와 같이 원가가 비싼 금속 대신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철을 이용해 원가가 적게 든다.
게다가 개화 단계인 현재 전기차시장은 고효율 자동차 중심으로 배터리가 개발되고 있지만 앞으로 전기차가 대중화 할수록 중저가 전기차에 들어갈 배터리시장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우드매킨지는 세계 배터리시장에서 리튬인산철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5년 10%에서 2030년 30%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K온이 내건 목표처럼 '글로벌 톱3' 배터리 제조사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고효율 배터리뿐만 아니라 중저가 배터리 개발도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온으로 분사 전 SK이노베이션의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 순위는 2019년 10위에서 2020년 6위로, 올해 1~7월에는 5위까지 높아졌다.
지 사장은 최근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리튬인산철배터리 개발 계획을 내놓으며 중저가 전기차배터리시장을 공략해 시장에서 위상을 더욱 높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리튬인산철배터리는 그동안 중국 배터리 제조사가 중국 내 수요를 위해 주로 만들었는데 전기차시장 확대에 따라 중저가 전기차 수요도 늘고 있어 대응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더구나 리튬인산철배터리는 결정구조가 니켈·코발트·망간을 혼합한 삼원계배터리보다 안정적이라 화재 위험성이 낮다는 특징이 있다.
최근 배터리 화재가 이슈가 되면서 배터리 제조사들에게 안전성은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고 있다. 지 사장이 화재위험이 적은 것으로 알려진 리튬인산철배터리를 주요 제품군으로 키우면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한지 얼마 되지 않은 SK온의 사업위험을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리튬인산철배터리는 삼원계배터리와 비교해 에너지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다는 문제가 있다. 지 사장은 기존 삼원계배터리 제조 기술력을 최대한 살려 리튬인산철배터리의 최대 단점인 에너지밀도를 높이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리튬인산철배터리 관련 특허가 곧 종료되는 것으로 알려져 제조에 걸림돌도 사라졌다.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리튬인산철배터리 제조를 위한 핵심 특허인 양극소재 코팅 특허의 만료시기가 2022년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이 기술은 리튬인산철 양극재 표면을 카본으로 코팅해 전기 전도도를 올리는 것을 핵심내용으로 한다. 리튬인산철 제조 및 코팅 기술 전반의 원천 특허는 유럽이 많이 보유하고 있다.
폴크스바겐과 포드를 비롯한 해외 완성차업체들이 리튬인산철배터리를 사용한 전기차를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을 내보인 점도 지 사장의 배터리 다변화 계획에 힘을 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폴크스바겐과 포드는 각각 저가용 모델과 상용 전기차에 리튬인산철배터리를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최근 내놓았다.
SK온 관계자는 “최근 완성차업체들이 리튬인산철배터리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관련 사업을 심도있게 추진하고 있다”며 “공격적 사업전략을 통해 글로벌 배터리 선도기업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