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1-10-08 17: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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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상선이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해운업의 좋은 분위기를 타고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주식시장 안팎에서 나온다.
다만 최근 공모주 인기가 가라앉은 데다 코스피 3천선이 붕괴되는 등 국내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점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박기훈 SM상선 해운부문 각자대표이사.
8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SM상선이 11월1일과 2일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수요예측에서 희망 공모가격 1만8천~2만5천 원의 최상단인 2만5천 원이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많다.
세계 해운업황의 좋은 분위기가 이어질 가능성이 커 올해 SM상선의 실적도 역대 최고 수준을 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컨테이너 운임은 세계적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공급망 차질과 연말이 다가오면서 수입화물 증가 등이 맞물려 사상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다.
2021년 3분기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평균 4289포인트로 나타났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는 중국 상하이해운거래소가 15개 노선의 스팟(비정기 단기 운송계약) 운임을 종합해 발표하는데 해상운임의 수준을 나타내는 대표적 지수다.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20주 연속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다 21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을 두고 해운업황의 좋은 분위기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일각에서 나온다.
9월30일 기준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4614.1로 1주 전보다는 29.69포인트 하락했다. 21주 만에 하락하기는 했지만 2020년 1월3일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가 1022.72였던 것과 비교하면 4배 이상 오른 것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소비경기 둔화에 따른 물동량 감소가 나타나기 전에는 달아오른 컨테이너시황이 누그러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컨테이너 수급 균형을 감안할 때 2022년 3분기까지 시황의 급락 조정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중국에서 전력난에 따른 물동량 감소로 치솟은 해운운임이 낮아질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해운업계와 증권업계에서는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더라도 단기적 악재에 그칠 것으로 보는 의견이 많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에서 발생한 전력난에 따른 물동량 감소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지만 실제로 중국의 물동량 감소가 컨테이너선사들의 실적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하반기에는 특히 미국의 소비가 늘면서 물동량이 늘어나는 시기인데다 미국의 현재 물류 적체현상을 해소하는 일이 더 다급하다”고 말했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서부항만 병목현상 때문에 컨테이너박스 회전율이 낮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나이키, 코스트코의 실적발표에서 화물차, 컨테이너선 부족으로 전반적 재고부족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병목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바라봤다.
SM상선은 해운업황의 좋은 분위기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7014억 원, 영업이익 3075억 원을 냈다. 2017년 출범 이후 최대 실적이다.
다만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좋지 않은 점은 흥행에 변수가 될 수 있다.
코스피지수는 10월 들어 3천선이 무너진 뒤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8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16포인트(0.11%) 내린 2956.30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공모주에 향한 관심도 이전과 같지 않다.
지난해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른바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뛴 뒤 상한가)’에 성공하면서 공모주를 향한 관심이 치솟았다.
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비롯해 크래프톤, 롯데렌탈 등 흥행 기대가 컸던 기업들이 잇따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내면서 공모주를 향한 관심도 점차 식고 있다.
하반기 공모주시장에서 가장 ‘대어’로 여겨진 현대중공업만 유일하게 흥행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현대중공업도 따상에는 실패했다.
같은 컨테이너선사인 HMM이 10월 들어 3만 원이 무너지면서 2만9천 원대로 내려앉은 것도 SM상선의 흥행에 불안요소다. HMM 주가는 올해 상반기 해운업황 호조에 힘입어 5월28일 장중 5만110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SM상선이 기업공개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기 시작한 올해 초 만해도 SM상선의 시가총액 3조 원 달성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이번 희망 공모가격의 최상단인 주당 2만5천 원으로 책정된다고 하더라도 SM상선의 시가총액은 2조1153억 원 규모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