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분의 운전기사를 하는 사람은 ‘귀를 막고 입도 닫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대기업 오너일가와 정치인의 운전기사는 언제 어디서든 가장 가까이에 있어 그들이 감추고 싶은 비밀들까지 알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전기사들이 대기업 오너일가와 정치인들의 치부를 폭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면서 ‘운전기사 리스크’가 주목을 받고 있다.
◆ 대기업 3세의 운전기사 폭언폭행 논란
최근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이 운전기사 리스크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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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
23일 대림산업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수행가이드에 따르면 이 부회장의 운전기사는 운전 중 이 부회장이 어떤 폭언을 해도 ‘절대 진심으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실언하실 경우 수행기사는 그것을 곧이곧대로 듣지 말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아야 한다’는 등의 지침대로 행동해야 했다.
수행가이드에 이 부회장의 운전기사는 ‘사이드미러를 접고 주행하는 연습’도 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이 부회장의 한 운전기사는 한 매체를 통해 보름 간 일하는 동안 이 부회장에게 수시로 폭행과 폭언을 들었다고 폭로했다. 이 운전기사는 이 부회장이 미동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출발과 정지를 요구했고 이를 지키지 못할 경우 폭언과 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수행가이드는 대림산업에서 이 부회장의 운전기사가 업무 중 알게 된 사실을 외부에 알릴 경우를 대비해 미리 마련해 놓은 것으로 보인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수행가이드와 관련한 부분이 사실인지 확인하고 있다”며 “곧 공식입장을 정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김만식 전 몽고식품 회장도 지난해 운전기사를 상습적으로 폭행하고 직원들을 인격적으로 비하하는 말을 자주 해 물의를 빚었다. 그는 결국 사과하고 회장에서 물러났다. 고용노동부와 관할 경찰서는 김 전 회장을 근로기준법상 사용자 폭행혐의와 상습폭행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 ‘운전기사 리스크’
운전기사와 관련한 리스크는 대기업 오너일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정치인들도 운전기사의 폭로에 따라 정치적 운명이 바뀌기도 했다.
이완구 전 국무총리는 운전기사의 폭로로 국무총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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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완구 전 국무총리.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지난해 4월 이 전 총리에게 현금 3천만 원을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성 전 회장은 2013년 충남 부여청양 재보궐선거 당시 이 전 총리 선거사무실에 찾아가 독대하며 현금 3천만 원을 음료박스에 담아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던 대로 이 전 총리는 성 전 회장과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나 이 전 총리의 운전기사는 당시 두 사람이 만났던 내용을 기억하고 있다고 증언하고 나서 이 전 총리를 궁지에 몰아넣었다.
이 전 총리는 올해 1월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2월 서울중앙지법에 항소했다.
박철언 전 국회의원과 박상은 전 새누리당 의원, 현영희 전 새누리당 의원, 홍사덕 전 의원도 운전기사의 폭로로 법정에 서야 했다.
또 이명박 정권의 실세로 불렸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파이시티 로비 관련 의혹을 폭로하겠다는 운전기사의 협박글이 발견돼 법정에 섰다.
김대중 정부 때 최규선씨의 운전기사가 비리를 폭로하면서 ‘최규선게이트’로 확대되는 바람에 김 대통령의 3남 홍걸씨가 구속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