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의 반열에 오르면 약일까 독일까?
공정거래위원회는 4월1일 계열사 포함해 자산 5조 원이 넘는 대기업집단을 지정해 발표한다.
올해 카카오와 하림그룹, 셀트리온이 대기업집단에 새로 이름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김범수 의장과 김홍국 회장, 서정진 회장 등도 재벌 총수 대열에 들어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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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
23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1일 기준으로 공정위가 지정한 대기업집단은 모두 61개였다. 이 가운데 한국전력,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기업을 제외하면 민간기업집단은 49곳이었다.
대기업집단에 오른다는 것은 기업이 그만큼 성장했다는 뜻에서 영예로운 일임에 틀림없다. 해당 기업의 직원들 입장에서도 자부심을 품을 수 있는 일인 것은 물론이고 은행신용대출 등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수혜를 입을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는 순간부터 당국의 각종 규제도 엄격해져 해당 기업들이 마냥 웃을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총액이 3조1884억 원이다. 카카오는 올해 로엔엔터테인먼트를 합병해 자산이 3627억 원이 더해졌으며 여기에 47개 계열사가 보유한 자산을 합하면 5조 원이 넘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기업집단(상호출자제한기업) 지정요건을 충족하게 되는 것이다.
카카오가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국내 인터넷 기업 가운데 최초다. 카카오의 자산이 극적으로 불어난 것은 2014년 10월 다음커뮤니케이션과 합병했기 때문이다. 당시 카카오 자산은 2172억 원이었다가 합병 뒤 2조7680억 원으로 불어났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의장도 대기업 총수 반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카카오 지분 20.9%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셀트리온도 바이오제약 벤처업계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을 포함한 12개 계열사의 자산총계는 2014년 말 4조8432억 원이었으나 지난해 말 5조4천억 원 수준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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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
셀트리온이 대기업집단에 지정될 경우 서정진 회장은 창립 14년 만에 대기업 총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지난해 팬오션을 인수한 하림그룹도 자산규모가 5조 원을 넘겨 대기업집단 지정이 확실시된다. 하림그룹의 지난해 자산총액은 2014년 대비해 4조 원 이상 늘어난 8조775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 3곳 외에도 동원그룹, 농심그룹, 삼양사, 애경그룹 등 10여 개 기업이 올해 대기업집단 지정대상 후보군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집단은 상호출자, 신규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상호 채무보증 등의 제한을 받는다. 내부거래 규제의 경우 총수일가의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사인 계열사와 연간 200억 원 이상 또는 국내 총매출의 12% 이상의 내부거래를 할 수 없다.
공시의무도 엄격해진다. 3일 대기업집단 공시의무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정거래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대기업 현황 공시 항목에 지주회사 체제 밖 계열사 현황도 공시하도록 의무화되는 것이다.
이처럼 대기업집단 지정에 따른 걸림돌도 많아 해당 기업들도 대응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의 경우 금산분리(산업자본의 금융사 지배 금지) 원칙에 따라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셀트리온도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면 그동안 벤처기업으로서 누렸던 각종 혜택이 사라진다. 특히 계열사 간 상호출자와 신규 순환출자, 일감몰아주기, 채무보증 등의 규제는 개발과 판매를 분리해온 셀트리온 경영방식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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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
하림그룹도 내부거래가 많은 편이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해 닭고기 부분육 판매계열사인 올품의 내부거래 비중을 줄여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집단에 포함되는 것은 분명 축하받을 만한 일이지만 각종 규제에 노출돼 경영환경면에서 긍정적인 일만은 아니다”라며 “재계에서 성장을 기피하는 ‘피터팬증후군’이란 말까지 나도는 이유”라고 말했다.
재계에서 경제규모가 커진 만큼 대기업집단 지정요건을 자산총액 5조 원에서 7조 원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상향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면서 "경제·사회적 파급 효과가 큰 사안인 만큼 상향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