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이노베이션 전기차배터리에 그룹 에너지사업의 미래를 걸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친환경으로 체질 전환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철학 실천 차원에 앞서 기업 생존문제로 여겨진다.
최태원 회장이 전기차배터리로 친환경시대에도 에너지업계 선두기업으로 입지를 유지할 수 있을지 짚어본다.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박혜린 기자
곽보현(이하 곽) : 박혜린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최근 배터리사업 분사를 공식화했습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배터리제품 개발, 외부 협력 등에도 속도를 내면서 사업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고요.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은 정유를 주력으로 하는 굴뚝사업에서 배터리 등 친환경기업으로 근본적 혁신까지는 아직 갈 길이 먼 걸로 보이는데요. 어떻습니까?
박 : SK이노베이션이 국내 정유업계 1위 기업이고 올해는 업황이 나아지면서 실적도 회복세에 들어서기는 했지만 에너지시장은 이미 친환경으로 중심을 옮겨가는 구조적 변화를 시작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이런 시장의 변화를 직접 체험하기도 했죠. 물론 코로나19 악재의 영향이 컸습니다만 SK이노베이션은 2020년 매출이 2019년과 비교해 30% 하락하고 영업손실은 2조5688억 원에 이르는 상황을 직접 겪었고요.
곽 : 그야말로
최태원 회장이 강조하는 딥체인지가 절실한 영역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박 : 네 게다가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사업 계열사는 SK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이릅니다.
그룹의 또 다른 주력인 SK텔레콤을 중심으로 한 정보통신사업 매출 비중의 2배 수준인거죠.
곽 :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배터리에 대대적 투자를 하는 것도 결국 에너지시장 경쟁에서 어떻게 하면 지속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냐에 관해
최태원 회장이 찾은 해답이라고 볼 수 있겠군요.
박 : 그렇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전기차배터리시장을 겨냥해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 것도
최태원 회장의 이런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미 미국 조지아주에 약 3조 원을 투자해 전기차배터리 1, 2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여기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 조지아주 전기차배터리 3, 4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한미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완성차기업 포드와 전기차배터리 합작법인을 세워 미국 배터리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고요.
곽 : 확실히 미국 전기차시장이 개화하고 있는 지금은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사업을 크게 확대할 수 있는 기회라고 볼 수 있겠네요.
박 : 배터리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의 2021년 상반기 기준 세계 전기차배터리 판매량 통계자료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점유율이 4.9%로 6위에 올라있습니다.
국내 1위 사업자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 26.5%와 비교하면 격차가 큽니다. SK이노베이션은 삼성SDI(5.6%)에도 근소한 차이로 뒤처집니다.
다만 1년 전과 판매량 성장률을 비교했을 때는 LG에너지솔루션(170.4%)과 SK이노베이션(160.4%)의 차이가 크게 좁혀집니다.
곽 : 여기에 배터리사업 분사, 상장으로 사업 확대 보폭을 지금보다 넓히게 되면 의미 있는 성장을 기대해볼 수 있겠네요.
박 : 네, 이미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수주잔고에서 큰 폭의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SK이노베이션은 2021년 6월 기준 배터리 수주잔량이 약 1TWh(테라와트)를 웃돈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2019년 말과 비교해 5배 증가한 것입니다.
증권가에서는 이 수주잔고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규모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곽 : 배터리를 핵심 성장동력사업으로 점찍고 투자와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 보이네요.
박 : 내부 매출 비중으로도 2017년 전기차배터리 매출이 SK이노베이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였지만 2019년 상반기 기준 1%, 2020년 상반기에는 4%, 2021년 상반기 기준으로는 6%로 늘고 있습니다.
절대적 수치로는 미미한 수준이지만 성장률 측면에서는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단순 매출 비중으로는 여전히 석유사업부문 매출이 64%, 화학사업은 22%로 친환경에너지기업으로 체질 전환까지는 갈 길이 멀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곽 : 여기서 배터리사업 분사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SK이노베이션은 10월 배터리와 석유개발사업을 분사한 뒤 순수 지주회사 역할을 맡게 됩니다.
최태원 회장이 에너지사업에서도 자체사업이 없는 지주회사체제를 만든 이유는 뭘까요?
박 : SK이노베이션은 두 사업부 분사 뒤 자회사들의 포트폴리오 관리, 신성장사업 발굴과 육성, 인수합병과 투자 등 순수지주회사 역할에 더 힘을 싣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뿐 아니라 그룹 에너지 계열사들의 미래 생존과 기업가치 향상을 위한 친환경으로 체질 전환을 총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 담겨있다는 시선이 나옵니다.
곽 : 그룹 에너지사업의 지속가능 미래를 이끄는 역할을 맡게 된
김준 총괄사장의 어깨가 무거울 것으로 보이는데요.
최태원 회장은 에너지사업에서 친환경 사업모델의 개발과 체질 전환을 단순히 그룹의 경영철학인 사회적가치 창출 측면이 아닌 기업의 미래 생존을 위한 전략으로 강조하고 있죠.
박 :
김준 총괄사장은 현재 그룹 최고 의사결정협의체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환경사업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합니다.
곽 :
최태원 회장이 올해 확대경영회의에서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넷제로 경영을 강조하면서 수펙스추구협의회 환경사업위원회 산하에 SK탄소감축인증센터를 만들기도 하지 않았나요?
박 : 네,
김준 총괄사장은 SK그룹 전체의 친환경경영부분도 진두지휘하고 있는 셈입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총괄사장은 2020년 7월 사내소식지에 기고한 글에서 “국제신용평가기업 스탠더드앤푸어스가 환경문제를 고려해 화학에너지기업의 기업가치를 지금보다 30% 낮춰 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며 “결국 친환경과 그린가치를 새로운 비전으로 삼아 바뀌지 않으면 성장은 물론 생존을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곽 :
김준 총괄사장은 최근 SK이노베이션 ‘스토리데이(Story Day)’ 친환경사업을 향한 대규모 투자계획을 내놓았죠.
SK이노베이션은 이에 따라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는 다양한 친환경사업에 2025년까지 30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요.
자회사들은 어떻습니까?
박 :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종합화학의 화학사업은 2027년까지 국내외에서 매년 생산하는 플라스틱 250만 톤 이상을 모두 재활용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SK에너지는 주유소를 활용한 전기차충전소와 차량 플랫폼사업을 확대해 사업구조 전환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도시가스 및 발전사업을 하는 SKE&S도 해상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사업과 석탄 등 과 비교해 공해물질이 적은 액화천연가스사업에 투자하고 있고요.
곽 : 그렇군요. 오늘은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사업을 통해 SK그룹 에너지사업과
최태원 회장의 친환경경영부분을 살펴봤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2017년부터 해마다 SK이천포럼을 통해 직접 화두를 제시해 그룹 경영의 미래 전략과 방향성을 논의해왔는데요.
2020년 열린 SK이천포럼에서는 ‘깨끗한 지구,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딥체인지’를 주제로 환경의 중요성과 환경사업 필요성에 관한 공감대 형성, 환경사업 실행을 위한 변화 방향성 등을 강구했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2021년 7월20일 발간된 ‘2021 SK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인사말에서 “SK는 ESG경영을 내재화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진정성 있는 실천에 앞장서고 있다”며 “사회와 구성원들에게 어떤 가치와 행복을 더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질문하고 돌아보겠다”고 말했습니다.
CEO톡톡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 끝까지 시청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