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사업이 두산그룹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돼 줄까?
지난해 치열한 경쟁 끝에 시내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회사들에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추가로 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
|
|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
두산과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 등 신규 시내면세졈을 따낸 회사들은 호텔롯데나 호텔신라 등 기존 업체들보다 면세점 운영 면에서 열세인 만큼 경쟁 과열에 따른 타격을 입을 수 있다.
16일 두산 주가는 전일보다 2.31%(2천 원) 하락한 8만46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두산은 지난해 면세점 사업권을 따낸 직후인 11월16일 주가가 14만8천 원까지 올랐으나 ‘반짝상승’에 그치며 올해 들어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이어오고 있다.
두산은 5월 중 두산타워 7~17층에 두타면세점 문을 연다. 두산은 박용만 회장의 장남인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을 두산의 면세점 전략담당 전무로 영입하는 등 면세점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두산그룹은 최근 박정원 회장이 총수에 올라 오너 4세 경영체제를 맞았다.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과 두산건설 등 주력 계열사들의 재무구조가 악화되면서 지난해부터 중공업 중심에서 체질변화를 꾀해왔다.
두산이 시내면세점 특허를 따는 데 총력을 기울인 것은 단순한 사업단위의 확장이 아니라 그룹 차원에서 사업구조 재편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었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그룹의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다. 두산그룹은 지난해 영업이익이 1년 새 73% 줄어든 2646억 원에 그쳤고 당기순손실만 1조7천억 원에 이르렀다.
두산그룹은 최근 두산인프라코어의 알짜 사업부인 공작기계사업부를 매각해 일부 숨통이 트이긴 했으나 여전히 마음을 놓을 상황이 아니다. 두산인프라코어 뿐 아니라 두산중공업, 두산건설 등 중공업 계열사들이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이 현재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꼽을 수 있는 사업은 사실상 면세점사업에 불과한 형편이다. 두산면세점이 성공적으로 안착해 ‘캐시카우’로서 역할을 해주길 절실하게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두산면세점은 개장도 하기 전에 도처에서 ‘빨간 불’이 켜지고 있다. 정부가 면세점 정책을 손질해 호텔롯데와 SK네트웍스 등 기존 면세사업자가 특허권을 연장받고 현대백화점 등 탈락했던 사업자들도 신규 사업자 경쟁에 뛰어들 경우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게 불보듯 훤하다.
|
|
|
▲ 박서원 두산 전무. |
면세점사업에 뛰어든 대기업들 가운데 두산이 특히 우려를 받고 있는 것은 유통업 경험이 사실상 전무하기 때문이다. 두산은 쇼핑몰 ‘두타’ 외에 유통업 경험이 없는 점이 약점으로 꼽힌다.
두산은 상반기 개장을 앞두고 명품유치 경쟁에서도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메스와 샤넬, 루이비통 등 3대 명품은 면세점 1년 매출에서 10~20%를 차지할 정도로 중요하다. 명품 유치가 면세사업의 성패를 사실상 가름한다는 말이 업계에서 나올 정도다.
두산면세점은 5대 명품 브랜드 가운데 아직 한곳도 입점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은 루이비통의 입점의향서를 확보했다고 밝혔으나 실제 입점이 성사될지는 불확실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또 두산그룹의 악화된 재무상황과 동대문상권의 고객 연령층이 명품소비층이 아닌 젊은층인 점도 명품유치 경쟁에서 불리한 요인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업계 관계자는 “명품 회사들은 국가별로 매장 수를 제한하고 있는데 신규 면세점이 많아질수록 몸값도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명품 유치경쟁에서 풍부한 유통업 경험을 갖고 있는 기존 업체들이 절대적으로 유리해 후발 주자들이 고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