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는 31일 웹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에 미국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상품 수천만 가지를 직접 구매할 수 있는 아마존글로벌스토어를 정식으로 열었다.
사실 해외직구 서비스는 기존 11번가는 물론 쿠팡, 네이버쇼핑 등도 모두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글로벌스토어는 세계 이커머스업계 1위 기업 아마존이 11번가 플랫폼을 통해 한국 시장에 진출하는 형태로 서비스 론칭 전부터 상품의 수, 서비스 측면 등에서 기대를 모았다.
실제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서비스 출시 첫날인 데도 상품 구색과 가격 등을 놓고 다양한 후기가 올라왔다.
아마존 핫딜에 올라온 상품을 추천하는 글, SK텔레콤 구독패키지상품 가입을 통해 할인받는 방법 등을 공유하는 글 등이 눈길을 끌었다.
대체로 아마존글로벌스토어 상품 구색을 놓고는 아쉽다는 평가가 있다.
그래도 가격 경쟁력이나 SK텔레콤과 연계해 제공하는 구독서비스 상품들과 무료배송서비스는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런 소비자들의 반응은 박 사장이 SK텔레콤 커머스사업의 우선과제로 꼽은 합종연횡 전략의 적절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박 사장은 지난 3월 SK텔레콤 주주총회에서 쿠팡의 미국 증시 상장을 들어 “쿠팡의 100조 원 상장은 커머스사업의 긍정적 시그널이기도 하고 국내에 강력한 경쟁자가 탄생했다는 의미도 있다”며 “SK텔레콤은 쿠팡과 커머스뿐 아니라 미디어 등에서도 경쟁관계에 있고 이에 따라 융합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존과 협력을 발판으로 11번가의 새로운 성장 스토리를 써내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한국 이커머스시장은 최근 코로나19와 기술의 발달 등으로 소비자들의 쇼핑행태가 변화하면서 폭발적 성장과 함께 성격에도 중요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빠른 배송, 할인 경쟁으로 소비자를 끌어오던 시기를 넘어 기존 커머스분야에서든 다른 영역에서든 플랫폼을 차별화하고 매력을 높여줄 서비스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이커머스시장 양대 강자인 쿠팡, 네이버 등도 모두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 등 콘텐츠 영역을 끌어들여 이용자들을 유인하고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11번가도 아마존과 연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SK텔레콤의 구독 생태계까지 등에 업으면서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사실 11번가는 시장 점유율, 영업실적 등에서 쿠팡, 네이버 등 견고한 경쟁자들과 대결에서 뒤처지고 있다.
11번가는 2018년 독립법인으로 출범한 뒤 커머스포털 전략 추진, 국내외 기업들과 적극적 제휴, 동영상커머스 도입 등을 통해 다방면에서 성장의 길을 모색했지만 확실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
박 사장이 올해 주주총회에서 11번가는 기업공개(IPO)보다 합종연횡이 우선과제라고 말한 것도 플랫폼 경쟁력에 관한 고심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동영상 리뷰, 라이브커머스 등 부분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기존 이커머스기업들은 물론 네이버, 카카오 등 커머스사업을 하는 정보통신기업까지 업계 모두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부분이라 차별화 전략이 되기 어렵다.
이에 박 사장은 야심찬 승부수로 아마존글로벌스토어 및 SK텔레콤 구독서비스 멤버십 출시를 준비해 왔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1번가는 2020년 기준 총거래액(GMV)이 약 10조 원 수준인데 아마존글로벌스토어로 연간 1조7천억 원 규모의 미국 직구시장의 50% 이상을 흡수한다고 보면 거래액을 1조 원가량은 증가시킬 수 있을 전망”이라며 “여기에 구독서비스를 통해 한국 이커머스시장에서 존재감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SK텔레콤이 이날 공식 론칭한 구독서비스는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웨이브, 음악서비스 플로 등 콘텐츠부문을 비롯해 엑스박스 등 게임서비스, 티맵의 모빌리티서비스, 클라우드서비스 등을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아마존의 사업영역을 고려하면 앞으로 협업의 범위도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박 사장도 올해 4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월드IT쇼 2021 개막식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아마존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인 아마존프라임비디오 관련 제휴 등에 의지를 보였다.
아마존프라임비디오는 미국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시장에서 넷플릭스에 이어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