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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오른쪽)과 프로바둑기사 이세돌 9단(가운데)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딥마인드 CEO 등이 8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가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가 9일 첫 대국을 한다.
구글은 알파고가 인간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직관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공지능사업의 높은 수준을 과시하고 있다.
알파고가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에 이어 ‘직관’도 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글의 자율주행차사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 능력을 갖추는 것이 자율주행차사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데 핵심열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과 이세돌 9단,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딥마인드 CEO 등이 참석한 가운데 8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9단과 알파고는 9일부터 15일까지 모두 5판 대국을 펼친다. 구글은 우승 상금으로 100만 달러를 내건 것을 비롯해 이번 대국을 위해 우리 돈으로 약 13억 원가량을 투자했다.
하사비스 CEO는 이날 이세돌 9단과 격돌할 알파고의 인공지능 매커니즘을 대중에게 설명했는데 알파고가 ‘직관’ 능력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해 주목받았다.
이는 알파고가 10의 170제곱에 달하는 바둑의 경우의 수 모두를 따지지 않고 경우에 따라 감각으로 수를 둘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알파고가 정형화한 알고리즘으로 개발된 지금까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과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세돌 9단도 이런 발언이 나오자 지금까지 줄곧 강조했던 ‘5대0’ 승부예상에서 한 발 물러섰다. 알파고에 한두판 정도 내줄 수 있다는 것으로 입장을 바꾼 것이다.
이 9단은 “인공지능은 100만 수, 1천만 수를 내다보고 수를 두기 때문에 생각의 폭을 좁힐 수 있는 인간이 유리하다 생각했다”면서도 “알파고가 인간의 직관능력을 모방할 수 있다는 말을 들으니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직관능력은 지금까지 인간의 고유한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경험과 지식, 습관, 분위기 등 인간이 감지할 수 있는 신경을 총 동원해 순간적으로 내려야 하는 직관적 판단이야말로 인공지능이 절대로 모방할 수 없다고 여겨졌다.
하지만 알파고가 이런 능력을 탑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구글이 추진하고 있는 인공지능사업의 높은 수준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알파고에 적용된 ‘머신러닝’과 ‘딥러닝’, ‘직관능력’ 등이 구글의 자율주행차사업에도 비슷하게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대국으로 구글의 자율주행차사업의 앞날을 점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머신러닝(학습하는 기계)는 인간이 정해준 최소한의 틀 속에서 인공지능이 스스로 데이터를 분류해 이를 정리하는 것을 뼈대로 삼는다.
인간이라면 사진을 보고 개와 고양이를 구분하는게 간단하지만 인공지능은 머신러닝 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2010년대 이후에야 이 같은 작업의 오류를 15% 수준으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딥러닝은 컴퓨터가 스스로 수 많은 데이터를 분석한 뒤 최적의 답을 스스로 판단해 내놓는 것을 뜻한다. 딥러닝은 크게 보면 머신러닝의 연장선 개념이다.
구글이 추진하고 있는 자율주행차사업도 이런 머신러닝과 딥러닝 기술에 기반해 개발되고 있다.
길을 건너는 것이 사람인지 동물인지 그냥 치고 지나가도 되는 비닐 봉지인지 컴퓨터가 항목별로 분류하는 것이 머신러닝이며 사고를 피할 수 없을 때 탑승자를 살릴지 말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딥러닝 영역이다.
구글은 이런 기술을 앞세워 자율주행차사업의 상용화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사회의 고정관념이 걸림돌로 지적된다. 컴퓨터가 운전을 잘 하더라도 결정적인 상황에서 인간의 직관적 판단을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을 포함한 대부분 나라가 법과 제도를 통해 자율주행차의 일반도로 진입을 막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의미있는 성과를 낸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알파고가 인간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IT업계의 한 관계자는 “구글이 세계 최고의 바둑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인공지능 사업에 막대한 투자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알파고의 이번 대국 결과를 보면 자율주행차 등 구글이 추진하고 있는 각종 인공지능사업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서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