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민의힘 안팎에서 윤 전 총장이 늦어도 8월 중순 이전에 국민의힘에 입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윤 전 총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날 서울 광진구의 한 식당에서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윤 전 총장은 입당 의사를 밝혔을 뿐 아니라 8월10일 전후란 구체적 입당시점까지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총장은 25일 이 대표와 만나기 전 대선캠프에 국민의힘 인사들을 다수 영입한 인선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루 동안 국민의힘과 거리가 크게 좁혀진 셈이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전날 들은 내용대로라면 입당은 확실하다고 본다”며 “입당시기를 놓고 어떻게 시너지를 낼지를 놓고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 입당 자체가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이 장외에서 독자행보를 하다 11월경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최종 단일화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독자행보의 한계를 절감하면서 입당으로 가닥을 잡고 반등의 계기를 만들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정치참여 뒤 실수를 거듭하며 정치인으로 미숙한 모습을 보였고 결과적으로 지지율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발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7월 4주차 다음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보면 윤 전 총장은 26.9%,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26.0%의 응답을 받았다. 오차범위(표본 오차 95% 신뢰 수준에 ±3.1%포인트) 안 접전양상이다. 이번 조사는 TBS 의뢰로 23~24일 이틀 동안 전국 만18세 이상 1006명의 응답을 받아 이뤄졌다.
같은 곳의 지난주 조사(7월19일 발표)와 비교해 윤 전 총장은 3.4%포인트 하락한 반면 이 지사는 0.6%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또 다른 야권 대선주자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2.5%포인트 오른 8.1%의 응답을 받으며 10%대에 근접했다. 윤 전 총장의 하락세와 뚜렷이 대조되는 대목이다.
윤 전 총장이 6월 3주차의 38.0%에 견주면 이번에 26.9%로 떨어졌으니 11.1%포인트나 빠진 셈이다.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자칫 야권 대세론 주자의 지위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윤 전 총장으로서도 기존 전략을 고수하기 어려워진 형편이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안으로 들어간다고 '꽃길'이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당내 경선후보로서 경쟁자들의 집중 견제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전부터 야권 내부의 견제가 만만치 않던 터였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윤 전 총장을 겨냥해 “당시 적폐수사로 승승장구하던 사람이 지금 와서 ‘드루킹사건’ 판결을 두고 정통성 없는 정부라고 문재인정권을 비난하는 것은 참 어이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그동안 검찰업무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도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며 윤 전 총장 검사 외에 다른 경험이 없는 점을 꼬집어 왔다.
유승민 전 의원도 21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 “국회가 탄핵한 것까지는 내가 역할을 한 게 맞다”면서도 “윤 전 총장은 박 전 대통령 구속·기소·구형까지 한 주체”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의 정치참여 기자회견과 그 뒤 행보를 놓고도 “굉장히 보수적 생각이다.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른 것 같다. 보수가 진짜 새롭게 거듭나려면 가치를 편식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윤 전 총장이 입당하면 경선후보들의 집중 견제가 더 심해질 공산이 크다.
특히 윤 전 총장의 ‘X파일’ 의혹은 경선 과정에서 당내 경쟁자들로부터 공격의 소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여배우 스캔들’과 ‘형수 욕설’ 등의 의혹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이미 대중에 알려져 있는 사실이었음에도 적잖은 타격을 입어 민주당 내 대세론에 흠집이 났다.
X파일 의혹은 아직 실체 규명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검증 과정에서 윤 전 총장이 입을 타격은 이 지사가 입은 것보다 더 클 가능성이 적지 않다.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당 대표가 찾아가 만나는 등 지금과 같은 '특별 대우'는 없을 가능성이 높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당은 항상 밖에 근사한 사람이 있으면 욕심을 내는데 일단 데려오고 나면 그 뒤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