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민주당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경선 과정에서 공세 기조로 태세를 전환하며 당내 경쟁이 더 치열하게 전개될 조짐을 보인다.
앞서 이 지사는 당내 선두주자란 자체 판단 아래 다른 후보들의 공격에도 방어적 자세를 취하며 맞대응을 자제하기도 했지만 경선 초반 집중 공격을 받으며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많다.
당내 경쟁 과정에서 ‘여배우 스캔들’, ‘형수 욕설’ 등의 논란이 다시 불거진 데다 당내 2위 주자인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지지도가 급상승하며 이 지사 쪽도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이 지사는 17일 MBC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5‧18 학살을 옹호하고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던 사람도 있지 않느냐”며 이 전 대표를 직격했다.
물론 진행자가 ‘이 전 대표에 관한 말이냐’고 묻자 이 지사는 “누구라 말하기 그렇다”며 구체적 언급은 피했다.
이 전 대표는 기자 시절 전두환 전 대통령과 관련한 칼럼을 쓴 적이 있고 전남지사로 있을 때 박정희 기념사업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가 철회한 일이 있다.
이 지사 측 지지자들은 이런 일을 빌미로 이 전 대표를 비판하고 있다. 이 지사가 이 전 대표를 거명하진 않았더라도 이 전 대표를 겨냥한 발언이었다는 것은 거의 확실한 셈이다.
이 전 대표 쪽도 곧장 반격에 나섰다. 배재정 캠프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 지사의 발언을 두고 “터무니 없는 왜곡이요 거짓 주장”이라며 “왜곡, 날조, 네거티브 공세는 사이다가 아니라 독극물”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이런 신경전의 배경에는 민주당 경선이 이 지사의 독주체제에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의 양강체제로 구도가 변화한 점이 밑바탕에 깔려있다. 지난 예비경선에서 그 결과가 공개되진 않았지만 이 전 대표가 뜻밖의 약진을 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여론조사에서도 이 전 대표의 분발이 눈에 띈다. 복수의 여론조사에서 이 전 대표는 비록 이 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 등 여‧야 선두주자보다 약간 못 미치지만 다시 10% 넘는 지지도로 올라 선 것이 확인되고 있다.
특히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의 의뢰를 받아 10~11일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야 대선주자 가상 양자대결 조사에서는 이 전 대표(43.2%) 대 윤 전 총장(41.2%), 이 지사(41.5%) 대 윤 전 총장(42.2%) 모두 오차범위 안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만 보면 이 전 대표가 윤 전 총장과 대결에서 더 경쟁력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이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0%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이 지사로서도 반격하지 않으면 안 되고 이 전 대표도 그 나름대로 더 열심히 추격에 나서야 하는 형편인 셈이다.
두 사람의 양강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추격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 전 총리는 양강 후보들을 싸잡아 비판하면서 경선 신경전에 가담하고 있다. 그는 이날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 지사의 의혹과 관련해 “아직 아무 검증도 안 한 상태”라며 “국민적 관심인 만큼 성실히 검증에 임하고 바른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 대표의 옵티머스 관련 의혹을 두고도 “그건 아직 전혀 거론도 안 된 것 아니냐”며 “성역 없이 검증해야 국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다”고 말했다.
비록 정 전 총리의 지지도가 양강 후보에 미치지 못하고 있지만 그의 정치 경험과 당내 지지기반 등을 고려하면 저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시선도 나온다. 적어도 정 전 총리가 승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당내 후보인 것은 틀림없고 아직 역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치권에서는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후보들 사이 합종연횡이 당락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본다. 후보들끼리 단일화를 위한 물밑 접촉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이미 지난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양승조 충남지사와 최문순 강원지사의 지지를 얻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정 전 총리는 1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양 지사가 정세균과 함께 정권재창출의 한 몸이 되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양 지사 쪽에서 이와 관련해 당혹감을 나타내자 정 전 총리 측은 ”사실상 지지 표명“이라고 정정 공지를 내기도 했다.
이 전 대표도 13일에 양 지사를, 14일 최 지사를 만나며 경선에서 그들이 내놓았던 정책 일부를 함께 추진하기로 약속하는 등 탈락한 후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 지사는 직접 양 지사나 최 지사를 만나진 않았지만 캠프 차원에서는 이들의 협력을 이끌기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탈락한 후보라고 하더라도 이들의 지지 여부가 유력 후보들에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뛰고 있는 6명 후보 사이 합종연횡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최종 결선을 앞두고 각 후보들끼리 단일화 연대를 꾀할 가능성도 남아 있다. 이미 예비경선에 앞서 정 전 총리와 이광재 민주당 의원이 단일화에 성공한 바 있다.
비록 결선 전 단일화 논의가 성사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결선에서 과반 득표자가 안 나오면 다득표자 2명이 최종 결선에 오르게 된다. 이 때 나머지 후보들의 표는 2명에게 각각 나눠지게 될 텐데 이 때 각 후보들이 누구를 지지하느냐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가장 이목을 끄는 것은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사이 단일화 여부다. 현재 두 사람은 당의 최대 지역기반인 호남을 각각 양분하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전남 출신이고 정 전 총리는 전북 출신이다. 호남 표가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면 그 파급력이 상당이 클 공산이 있다.
다만 결선 전에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단일화 논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다는 시선이 많다. 두 사람 모두 물러서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둘 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으로 일컬어지는 국무총리를 지냈다. 서로에게 양보해서 얻을 대가가 성에 찰 리가 없다.
이 전 대표는 1952년 출생, 정 전 총리는 1950년 출생으로 나이도 적지 않다. 이번이 마지막 정치적 도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