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생명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암환자모임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암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모임(보암모)'을 중심으로 삼성생명 본사 안팎에서 이뤄지던 시위는 매듭지어졌지만 이는 삼성생명 측의 회유에 따른 결과라는 주장이 다른 암환자모임으로부터 제기됐기 때문이다.
암보험금 갈등을 마무리하면서 금융위원회의 제재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상황에서 전영묵 사장으로선 불편한 상황과 만나는 셈이 됐다.
삼성생명은 2019년 종합검사에서 요양병원 암 입원보험금 미지급에 따른 ‘보험업법’상 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 의무 위반과 삼성SDS에 전산시스템 구축 지연 배상금을 미청구해 대주주와 거래제한 위반 등을 지적받았다.
이에 지난해 12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인 기관경고를 받았다. 제재는 금융위원회의 의결로 확정되는데 아직 금융위원회의 판단이 나오지 않았다.
앞서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웹사이트에 암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은 삼성생명에 중징계를 확정해달라고 요구하는 청원글이 올라왔다.
'암사모(암환자를 사랑하는 모임)와 210만 암환자들'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삼성생명과 보암모 사이 삼성생명 본사 고객센터 점거 농성과 외부 시위를 중단하기로 합의한 것을 놓고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모임' 집행부 일부를 포함한 암환자 21명과 삼성생명의 야합이라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의 제재 확정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결정이 가까워진 시점에 이번 합의가 기획됐으며 합의에 앞서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모임' 전체 집행부나 다른 암환자들과 아무런 상의 없이 합의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모임'를 중심으로 한 암환자들은 삼성생명이 약관과 달리 암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는다고 항의하며 2018년 말부터 서초사옥 앞에서 시위를 벌였고 2020년 1월부터는 삼성생명 본사 2층 고객센터를 점거했다가 최근 중단했다.
청원인은 21명에 지급한 금액을 놓고 암 입원보험금 지급이 아니고 합의금, 위로금이라는 단어가 사용됐다고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암환자를 사랑하는 모임은 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모임에서 의견이 갈린 일부 인원들이 나오면서 조직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두 모임의 처지에서 차이가 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청원글은 15일 현재 비공개로 전환됐다.
삼성생명 측은 이러한 상황에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생명이 갈등을 겪는 암환자모임과 합의하고 다른 암환자모임이 이에 반발하는 일련의 모습은 삼성생명과 상황은 다르지만 삼성전자가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 문제를 매듭지었던 때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삼성전자 반도체 직업병 논란은 2007년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하고 아버지인 황상기씨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유족급여를 신청하면서 시작됐다.
황씨의 싸움이 주목을 받았고 삼성 쪽의 소극적 태도에 비판이 이어졌다.
삼성생명과 암환자 사이 갈등에서는 암환자들의 시위 및 삼성생명 본사 고객센터 점거농성으로 전영묵 사장이 언론을 비롯해 정치권의 집중적 관심을 받으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들어서야 일부 직업병 피해자에게 보상했다. 권오현 전 회장이 직접 가족대책위원회와 만나 사과문도 전달했다.
삼성 측은 이로써 반도체 직업병문제가 마무리됐다고 발표했지만 반도체 노동단체 ‘반올림’은 삼성전자의 보상이 미흡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삼성생명과 암환자모임 사이 이번 합의에서 전영묵 사장이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합의하면서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여겨졌는데 다른 암환자모임이 반발하는 모습이 삼성전자 때와 비슷하다.
다만 오랜 진통 끝에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2018년 7월 조정위원회의 최종 중재안을 조건 없이 받아들이겠다고 협약하면서 반도체 직업병 논란은 일단락됐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