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이 2천억 원 규모 유상증자에 성공할 수 있을까?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이 코로나19로 악화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1년 만에 유상증자를 또 추진하지만 성공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제주항공 최대주주인 AK홀딩스가 유상증자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항공업 불황이 길어지고 있어 소액주주나 일반투자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AK홀딩스는 애경그룹의 지주사다.
제주항공은 주주배정 뒤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한다.
AK홀딩스가 사실상 2천억 원을 모두 지원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어 이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성공하려면 제주도나 다른 소액주주들, 일반투자자의 호응이 뒤따라야 한다.
주주배정 뒤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은 기존 주주들에게 우선 신주를 배정하고 실권주가 발생하면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일반공모를 진행한다.
AK홀딩스는 지난해 진행된 제주항공 유상증자에서 신주 발행량의 54%를 인수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수준으로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AK홀딩스도 사정이 좋지 않아 이 이상은 버거울 것으로 보인다.
AK홀딩스는 2020년에 코로나19로 제주항공과 애경산업, 애경유화 등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실적이 뒷걸음질했다.
AK홀딩스는 2020년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6199억 원, 영업손실 2215억 원을 냈다. 2019년과 비교해 매출은 30.3% 줄었고 영업손실을 내 적자전환했다.
결국 2대주주인 제주도를 비롯해 국민연금공단, 우리사주조합 등이 나머지 신주 물량을 얼마나 인수할지가 관건인데 기존 주주들이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주도나 국민연금공단, 우리사주조합으로서는 2020년 8월 유상증자가 마무리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유상증자가 또 진행되는 점이 아무래도 부담일 수밖에 없다. 제주항공은 2020년 유상증자를 추진해 1506억 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유상증자 참여 규모를 당초 80억 원으로 잡았다가 절반인 40억 원으로 줄이기도 했다.
항공업 불황이 언제 끝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제주항공과 같은 저비용항공사(LCC)에게는 국제선 운항이 수익성의 핵심인데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등의 확산으로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시점도 뒤로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무상감자 뒤 유상증자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자본잠식과 단기 유동성 우려 등 급한 불은 끌 수 있다”면서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여객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 높은 고정비 등으로 유동성에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바라봤다.
제주도는 2021년 3월 말 기준 제주항공 지분 6.1%를 보유해 2대주주에 올라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지분 5.06%를, 우리사주조합은 지분 3.42%를 들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들어 부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유상증자 성공이 절실하다. 2021년 1분기 제주항공의 자본잠식률은 28.7%다.
제주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우선 5대1 무상감자를 진행한 뒤 주주배정 뒤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2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추진하기로 했다.
유상증자 일정과 발행주식 수 등 세부사항은 8월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무상감자 안건을 승인한 뒤 이사회 결의를 통해 확정하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