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큰 폭의 변동성을 보이며 상승세를 탈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투자자가 원화를 팔고 안전자산인 달러화를 대거 사들이면서 외환시장의 혼란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불안한 흐름을 보이면서 향후 기준금리를 결정에도 부담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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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달러 환율이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0.6원 내린 달러당 1238.2원으로 거래를 끝냈다. <뉴시스> |
원-달러 환율은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전날보다 0.6원 내린 달러당 1238.2원으로 거래를 끝냈다. 전날보다 약간 하락했지만 여전히 1240원선을 위협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월1일 달러당 1200.50원에서 16거래일 만에 35.60원 치솟았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240원선을 돌파해 1300원까지 오른다는 전망도 글로벌 투자금융(IB)회사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26일 “전 세계적인 무역 부진과 중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가 계속될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0원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수석연구원은 최근 논평에서 “북한의 위성발사로 초래된 잠재위험성은 예전과 상황이 다르다”며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300원까지 오를 수 있으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더욱 높게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과정에서 ‘널뛰기 장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환율의 변동성이 커질수록 금융당국에서 미세조정으로 대처하는 것이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5일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는 것도 신경을 쓰고 있지만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금융시장에 혼란을 일으킬 정도로 확대됐는지를 더 중요하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의 1일 평균 변동폭(고점과 저점 차이)은 올해 1월 기준으로 7.9원에 이르렀다. 변동폭이 지난해 8월 이후 가장 컸다. 2월에는 1일 평균 변동폭이 16거래일 동안 평균 8.71로 벌어졌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산유국의 국부펀드 유출이 계속되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커질 때마다 선진국으로 자금이 유출되면서 환율 급등락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며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올해 한국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도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2월에 기준금리를 연 1.50%로 동결했지만 당시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소수의견도 제기됐다. 이 때문에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었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가운데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외국인투자자의 자금 이탈을 부채질하게 된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최근에도 원화를 팔고 달러화를 사는 데 주력하고 있는데 미국과 한국 간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달러화 쪽으로 더욱 쏠릴 가능성이 커진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월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대외여건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기준금리 인하로 예상하지 못했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투자자의 자금 이탈로 금융시장이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원-달러 환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글로벌 금융시장이 안정을 되찾은 뒤에야 기준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책을 제대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