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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정래 감독. |
누군가는 과거의 상처를 지우거나 감추려 하지만 다른 누군가는 이를 기억하고 복원하려 애쓴다. 상처를 오롯이 드러내는 것만이 진정한 치유라고 믿기 때문이다.
조정래 감독의 영화 ‘귀향’은 위안부 실화에 바탕을 둔 아픈 과거의 기록이다.
개봉과 동시에 신드롬에 가까운 관람 열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속죄를 위해 영화를 만들었다”는 감독의 진정성이 제대로 통한 것으로 보인다.
26일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실시간 예매율에 따르면 귀향은 할리우드 B급 성인 히어로무비 ‘데드풀’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다. 귀향은 24일 개봉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서 25일까지 누적관객 수 29만 명을 넘어섰다.
귀향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실화 소재 영화다. 순제작비 25억 원에 불과한 저예산 영화인 데다 주제 자체도 무거워 관객이 많이 들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개봉 전부터 사전예매율 1위에 올라서는가 하면 영화 외적 풍성한 얘깃거리로 입소문까지 타면서 흥행 열기가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귀향은 스크린 수도 개봉 이틀 만에 500개 이상으로 확대됐다. 손익분기점 60만 명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이고 100만 관객 돌파도 어렵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극장가에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재연됐던 만큼 귀향의 이런 선전은 이변을 넘어 기적에 가까운 현상으로 간주된다. 좋은 콘텐츠와 관객의 힘이 거대자본의 기형적 시스템을 넘어설 수 있다는 사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제목 귀향은 한자로 ‘歸鄕’이 아닌, ‘鬼鄕’으로 돼 있다. 조정래 감독은 개봉에 앞서 “영화가 상영 될 때마다 한 분, 한 분의 넋이 돌아온다는 생각으로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해 보여주며 이를 통해 열여섯 꽃다운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의 끔찍한 고통과 기억이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상기시킨다.
또 역사적 사실 전달에만 그치지 않고 같은 피해를 입은 채 죽어간 이들의 넋을 달래는 치유의 메시지도 담고 있다.
귀향은 위안부 실화 소재 영화라는 점에서 완성까지 14년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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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귀향' 포스터. |
조정래 감독은 시나리오를 완성하고도 투자자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결국 크라우딩펀딩을 통해 제작비의 절반을 충당했고 그뒤에도 배우 섭외와 정치적 압박 등 숱한 우여곡절을 겪었다.
귀향 개봉을 전후해 정치사회적 반향도 거세다. 지난해 말 이뤄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무효화하고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높아지고 있다.
야권 정치인들은 귀향 단체관람에 나서는 것은 물론이고 개봉관 수 확대도 다방면으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최근 트위터에 “만약 상영관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는다면 서울시가 강당, 시민청 등 산하의 모든 시설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고 이재명 성남시장도 “성남도 함께 하겠다”고 호응했다.
특히 3.1절을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위안부 합의에 반대하는 평화대회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넋을 기리는 추모제 등 행사가 예정돼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초등학교 6학년용 사회과 국정교과서에 일본군 ‘위안부’라는 용어와 사진을 삭제하도록 했다. 이 때문에 최근 초중고생들 사이에 역사 바로알기 차원에서 귀향을 관람하고 SNS 등을 통해 인증샷을 올리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