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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비주류’ 이재명, 정권재창출 성공한 노무현의 길 따라가나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1-07-01 16:5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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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통령선거 로드맵을 마련하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성공비결을 거울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진보진영의 정권재창출이란 점에서 이 지사에게 참고할 점이 많은 데다 이 지사가 노 전 대통령과 닮은꼴인 측면도 적지 않다.
 
‘흙수저 비주류’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37845'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이재명</a>, 정권재창출 성공한 노무현의 길 따라가나
이재명 경기도지사.

1일 정치권에서는 이 지사가 이날 발표한 대선출마 영상 선언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미지를 자신에게 투영하려고 했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 지사가 “나는 위기가 더 많았던 흙수저, 비주류지만 위기를 기회를 바꾸며 성과를 만들어 왔다”며 “나는 지킬 약속만 하고 한번 한 약속은 반드시 지켰다”고 말했다.

성장 과정이 흙수저였고 정치적으로 비주류였던 노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기에 충분하다. 

이 지사는 “특권과 반칙에 기반을 둔 강자의 욕망을 절제시키고 약자의 삶을 보듬는 억강부약 정치로 모두 함께 잘 사는 대동세상을 함께 가야 한다”고도 했다. 이 대목도 정치 인생 내내 ‘특권과 반칙 없는 세상’을 외쳤던 노 전 대통령의 모습이 연상하게 된다.

실제 이 지사는 노 전 대통령과 닮은 점이 많다. 먼저 흙수저로 시작해 인권변호사의 길을 걷다 정계에 입문했다는 점이 비슷하다.

노 전 대통령은 고졸 출신으로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고 인권변호사를 거쳐 정치에 입문했다.

이 지사는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중학생 때부터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로 팔을 다쳐 ‘장애 6급’ 판정을 받기도 했다. 이후 중앙대학교 법학대학에 입학한 뒤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노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다.

특히 정치권에서 비주류로 활동했다는 점도 유사하다.

영남출신이었던 노 전 대통령은 호남을 지지기반으로 둔 새천년민주당에서 주류였던 동교동계(김대중 전 대통령의 측근 그룹)와 거리가 있었다.

이 지사도 민주당 내 주류세력인 ‘친문재인계’와 성격이 다르다. 제19대 대선 때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 친문과 거리가 멀어졌다.

이 지사가 노 전 대통령의 길을 따라간다면 1차 관문은 민주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는 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제16대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치를 때 경쟁자였던 이인제, 한화갑 후보와 비교해 크게 열세였다. 이 후보는 직전 제15대 대선에 출마한 경험이 있는 데다 인지도가 높았고 한 후보는 호남출신으로 당내 지지기반이 두터웠다.

그런데 민주당 경선이 시작된 뒤 광주광역시 경선에서 뜻밖에 노 전 대통령이 1위에 오르는 이변이 생겼고 노 전 대통령이 그 여세를 몰아 최종 승리하며 민주당 후보에 올랐다.

승부의 분수령이 된 광주 경선에서 노 전 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상대 진영의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와 비교했을 때 가장 경쟁력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인제, 한화갑 등 기성 정치인과 다른 서민적 면모, 영남출신으로 확장성이 있다는 점 등이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여권의 선두주자인 이 지사도 호남 쪽 지지가 절실한 상황이다. 당내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에서 우위를 보이지 못한다면 다른 후보들의 단일화나 이합집산 변수에 따라 기회를 놓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이 지사도 노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기성 정치와 다른 이미지, 야권 후보와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경쟁력 등을 강점으로 강조하며 호남 지지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광주를 포함한 호남지역은 전략적 투표를 하기 때문에 정권 재창출에 유력한 후보를 밀어주는 경향이 있다”며 “이번 대선 경선에서도 광주 민심이 누구를 향하는지가 경선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바라봤다.

이 지사는 대선출마 뒤 첫 행선지로 고향인 안동을 선택하며 영남에도 문을 두드렸다. 호남 기반의 민주당이 집권하려면 영남으로 확장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한 행보로 풀이된다. 이 역시 노 전 대통령이 대선에 임하며 앞세웠던 영남 인물로서의 확장성과 맞닿아 있다.

앞서 진보진영에서 집권에 성공한 노무현·문재인 대통령 모두 이 지사와 같은 영남출신이다. 호남출신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영남 인사인 박태준 전 국무총리와 손잡으며 호남출신의 한계를 극복하려 했다.

이 지사는 스스로에게 불리한 사안을 대중 앞에 설명하는 방식도 노 전 대통령과 비슷하다.

노 전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한나라당이나 당내 경선 후보들로부터 장인의 좌익 활동을 지적 받았다. 하지만 그는 “장인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 여러분이 이런 아내를 두고 있는 사람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판단한다면 대통령후보를 그만두겠습니다”라며 직설적이고 솔직한 화법으로 공세를 되받아쳤다.

이 지사는 이날 서울 여의도의 한 호텔에서 열린 ‘처음 만나는 국민, 독한 기자들’ 국민 면접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사생활 의혹이나 도덕성 논란 등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

그는 형수에게 욕설을 했다는 논란을 두고 “모두 다 팩트다. 인정하고 내가 부족한 부분은 채우고 잘못한 것은 사과하면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지사는 “가족에게 폭언한 것은 사실인데 지금 다시 그 시절로 되돌아가 본다면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겠지만 어떻게 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의혹에 대처하는 방식은 야권 경쟁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비교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윤 전 총장은 이른바 ‘X파일’ 의혹과 관련해 명쾌한 답변은 내놓은 적이 없다.

어떤 방식이 유리할 것인지는 지켜봐야 알겠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지사처럼 솔직담백하게 일찌감치 털어버리는 게 낫다는 시선도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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