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이 중국과 국내에서 실적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오리온은 중국에서 연 매출 1천억 원을 넘는 ‘메가 브랜드’를 잇따라 만들어내는 등 사상 최대실적을 냈다.
하지만 국내에서 2008년 이후 별다른 히트상품이 없는 데다 지난해 업계 3위로 밀려났다.
◆ 현지화한 맛으로 중국에서 인기몰이
오리온은 23일 과자 ‘고래밥’이 오리온 제품 가운데 4번째로 지난해 글로벌 매출액 2천억 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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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 |
지난해 고래밥의 국내외 매출합계는 2140억 원인데 중국매출이 1700억 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2008년 ‘초코파이’가 연매출 2천억 원을 넘은데 이어 2013년 ‘오!감자’와 ‘예감’이 연매출 2천억 원을 넘어서며 ‘더블 메가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이 브랜드들은 모두 중국에서만 1천억 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오리온은 지난해 중국에서 매출 1조3229억 원, 영업이익 2004억 원을 거뒀다. 2014년과 비교해 매출 14.8%, 영업이익 23.3%가 늘어난 사상 최대실적이다.
중국이 경기둔화로 제과시장 성장률이 2%대에 머무른 것을 감안하면 오리온의 성장세는 돋보인다.
오리온은 중국 제과시장 흐름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해 제품을 출시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오리온은 중국의 소득수준이 높아져 제과시장의 주원료가 쌀과 밀가루에서 감자 중심으로 바뀌자 감자 과자 노하우를 활용한 신제품을 내놨다.
오리온은 철저히 현지화한 맛으로 차별화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메가 브랜드 반열에 들어선 고래밥의 경우 해외진출 뒤 국내에 없는 새로운 맛을 선보였다.
오리온 관계자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국내에 없는 새로운 맛을 선보여 해외시장 안착에 성공했다”며 “고래밥 토마토맛, 해조류맛, BBQ맛 등이 현지소비자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 국내 히트상품 부재
오리온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3826억 원, 영업이익 3004억 원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국내 매출은 7074억 원, 영업이익은 951억 원에 그쳤다.
오리온의 국내 매출은 4년째 내리막길을 걸어 2010년과 비교해 952억 원이나 줄었다. 지난해 수익에서 해태제과에 밀려 6년 만에 업계 3위로 밀려났다.
오리온과 해태제과의 매출은 히트상품이 갈랐다.
해태제과의 경우 지난해 ‘허니버터칩’을 내놓으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오리온은 2008년 출시한 마켓오와 닥터유 이후 별다른 히트상품을 만들지 못했다.
수입과자와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계 PB(자체상표) 제품에게도 밀리고 있다.
오리온은 ‘착한 포장’ 전략을 내세워 2015년 11월 기준으로 21개 제품의 포장을 줄이고 9개 제품의 양을 순차적으로 늘렸다.
그러나 수입과자는 여전히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유통업계 PB제품은 유통판로를 손쉽게 확보해 별도의 판촉비가 들지 않아 가격 경쟁력이 앞설 수밖에 없다.
오리온 관계자는 “지난해 메르스 등에 따른 경기침체로 국내매출이 감소했다”며 “올해 1월 내놓은 신제품뿐 아니라 올해 10개 이상 신제품을 출시하는 등 매출반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