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들이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려 한다.
다만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가 법적으로 금지된 선례가 없는 데다 한국과 미국의 통상마찰 가능성도 있는 만큼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 구글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 전경. <연합뉴스> |
25일 국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회 과방위 민주당 의원들은 7월 국회에서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를 막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앱결제는 구글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앱 내부의 결제시스템을 말한다. 구글은 2021년 10월부터 구글플레이에 입점하는 모든 디지털콘텐츠 앱에 인앱결제를 강제화하기로 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과방위원장)은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 의원으로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회부하기로 했다. 안건조정위에 올라온 안건이 의원 3분의2 이상 찬성을 얻어 의결되면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될 수 있다.
콘텐츠 관련 협회와 사업자들도 국회에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빠르게 처리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그래야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시행하는 10월 전에 시행령 마련 등의 세부절차까지 끝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기업협회 관계자는 “구글에서 최근 일정 조건을 충족한 콘텐츠 앱사업자에게 일정 기간 수수료를 15%로 깎아주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이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의 법제화 시도 때마다 이어져왔던 일시적 방편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국회가 구글의 인앱결제 방지 정책을 법적으로 막는 데는 통상마찰 가능성이 가장 큰 장벽으로 꼽힌다. 국민의힘도 통상마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태도를 지키고 있다.
한국-미국 자유무역협정(FTA)을 살펴보면 내국민 대우와 시장접근제한 금지 규정이 들어가 있다. 내국민 대우는 상대 국가의 투자자를 자국민보다 불리하게 대우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무다. 시장접근제한 금지는 상대국의 시장 접근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는 의무다.
구글코리아가 2월 국회 과방위 의원들에게 보낸 의견서에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자유무역협정에서 명시된 내국민 대우와 시장접근제한 금지 의무에 어긋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2020년 11월 주미한국대사관을 통해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을 통한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가 특정 기업을 표적으로 삼은 만큼 통상 불이익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전 세계를 통틀어 구글과 애플 등 대형 앱마켓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를 법적으로 금지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미국 애리조나주 하원에서 구글과 애플의 인앱결제를 막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상원에서 부결된 선례도 있다.
다만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더라도 통상마찰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안에서도 다른 국가들과 연대해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강제를 법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23일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에 반대하는 미국 앱공정성연대로부터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서한에서 앱공정성연대는 “미국의 많은 주와 연방 차원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과 비슷한 법안들이 추진되고 있다”며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도 거대 IT기업의 독점 심화에 따른 부작용을 인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승래·이원욱 민주당 의원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8일 온라인 국제 콘퍼런스를 공동 주최했는데 여기에는 레지나 콥 미국 애리조나주 하원 예결정책위원장도 참여했다.
콥 위원장은 “많은 국가에서 비슷한 성격의 법안이 통과된다면 국가들이 힘을 합쳐 독점기업에 대응할 수 있다”며 “분열이나 무역분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한국과 미국의 자유무역협정에 어긋날 소지가 높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종채 법무법인 정박 변호사는 “전기통신사업법은 국내외와 관계없이 독점사업자라면 모두 적용되는 일반법이다”며 “이것만 놓고 내국민 대우 원칙을 해쳤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