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해운업계 안팎에 따르면 산업은행이 HMM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한 뒤 보유지분을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산업은행이 보유한 HMM 지분은 11.94%다.
여기에 전환사채의 주식전환까지 이뤄지면 지분율은 25.9%가 되고 나머지 신용보증기금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정부기관이 보유한 HMM 지분까지 합치면 37.05%로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서 매각할 수 있는 조건이 충족된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하면 적대적 인수합병(M&A) 등의 노출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HMM 통째로 매각하는 방안을 제1순위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HMM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만으로 2조 원이 넘는 차익을 남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매각까지 성공한다면 산업은행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HMM에 2조 원가량의 자금을 투입했다.
이 회장은 15일 “일부만 팔 것인지 통째로 팔 것인지, 이참에 민간에 완전히 넘길 것인가 등 우리 혼자 결정할 수 없어 유관기관과 협의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그동안 다양한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살려냈지만 투입한 만큼 회수한 사례는 많지 않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10조 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입했지만 현대중공업이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가격은 4천억 원 정도다. 아시아나항공과 STX조선해양, KDB생명보험도 투입한 자금보다 적은 금액으로 매각했다.
따라서 좋은 가격에 HMM을 팔 수 있는 시기를 산업은행이 그대로 흘려보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운업황의 호조로 HMM 기업가치가 수직상승한 올해가 매각 적기일 수 있다”며 “오래전부터 해운업에 관심을 보이던 대기업들도 HMM이 매물로 나오는 것을 주시하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HMM에 관심이 있는 곳으로는 우선 포스코그룹이 꼽히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철강물류를 전담할 물류자회사 설립을 추진했다가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국내 해운업계의 반발에 못 이겨 계획을 철회했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1990년 거양해운을 인수했다가 5년 만에 한진해운에 매각했고 2018년 산업은행으로부터 HMM(당시 현대상선)의 인수를 제의받기도 했다.
이처럼 포스코가 물류와 해운업 진출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그룹의 사업 대부분이 물류와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는 1년에 1800만 톤의 철강을 수출하고 1억 톤의 원료를 들여오는데 이는 모두 선박으로 운송한다. 2019년 기준으로 계열사를 포함한 포스코의 물동량은 약 1억6000만 톤인데 물류비만 해도 3조 원가량이 드는 것으로 추산된다.
올해 초에도 산업은행이 HMM의 조기매각을 추진하기 위해 인수후보 1순위로 포스코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생산한 자동차, 석유화학제품, 철강재, 산업자재 등을 운송하며 벌크선과 자동차운반선을 위주로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컨테이너사업 비중이 80%가 넘는 HMM과 합병했을 때 낼 수 있는 시너지가 큰 것으로 분석된다.
게다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3.29%의 지분으로 보유한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HMM 인수는 긍정적일 수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대’의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가장 핵심이 될 계열사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한 HDC그룹도 HMM 인수를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2019년 HDC그룹이 나아갈 방향으로 ‘모빌리티그룹’을 제시하며 “아직 명확한 개념이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HDC그룹이 항만사업을 하는 만큼 육상, 해상, 항공 등을 확장하며 모빌리티그룹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좀 더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HDC그룹은 현재 인천과 부산 등에서 항만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는 만큼 해운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다.
HDC그룹의 주력 계열사 HDC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 및 단기금융상품 규모는 2021년 1분기 별도기준 2조3270억 원으로 자금력도 충분한 것으로 평가된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