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과 박세창 아시아나세이버 사장이 비슷한 시기에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전면에 등장했다.
항공업계의 오랜 라이벌인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나란히 3세경영을 본격화하면서 두 사람의 경쟁구도도 주목된다. 두 사람은 나이와 경력 등에서도 비슷한 점이 많다.
◆ 나란히 3세경영 본격화
15일 업계에 따르면 박세창 사장은 2월 초부터 서울 광화문에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전략경영실에 매일 출근해 그룹의 현안을 챙기고 있다.
|
|
|
▲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 |
박 사장은 2월1일자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 겸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했다. 오랜 기간 몸담고 있던 금호타이어를 떠나 그룹 경영에 전면으로 등장한 것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총괄부사장도 비슷한 시기에 대한항공 전 업무를 총괄하는 총괄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조 부사장은 지난해 말 한진해운신항만의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되며 항공과 육송에 이어 해운 계열사 경영에도 참여하게 됐다.
조 부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장남이며 박 사장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장남이다.
한진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 모두 안팎에 과제가 산적한 데다 경영환경도 좋지 않은 만큼 두 사람의 경영능력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박세창 사장은 그룹 차원에서 숱한 해결 과제를 앞두고 있다. 박 사장이 전략경영실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금호아시아나그룹의 3세경영이 빨라질 수도 있고 한참 미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 사장의 과제로 금호타이어 인수와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 에어서울의 시장 안착 등이 꼽힌다.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최근 금호타이어 매각주간사로 크레디트스위스(CS)를 선정하며 매각 작업에 시동을 걸었다.
그룹의 주력계열사 아시아나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심각한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조원태 부사장 역시 갈길이 멀다. 아시아나항공보다 나은 상황이지만 대한항공의 시장 점유율이 꾸준히 뒷걸음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매출은 2014년보다 감소하며 5년 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대한항공에서 매출이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6년 만이다.
부채비율 역시 급증하고 있다. 2013년 736% 수준이었던 부채비율은 2014년 966%까지 상승했고 2015년 3분기 기준 1000%를 넘겼다.
◆ 나이와 경영행보 엇비슷, 라이벌 관계 주목
조 부사장과 박 사장은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은 각각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외아들로 사실상 그룹의 후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
|
|
▲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 겸 아시아나세이버 대표이사 사장. |
조 부사장은 1976년 1월생, 박 사장은 1975년생으로 나이도 비슷하다. 두 사람 모두 한국에서 학사를 마치고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MBA)과정을 이수했다.
20대 후반에 그룹 계열사에 차장으로 입사해 주요 부서에서 경험을 쌓은 점도 공통점이다.
조 부사장은 2003년 한진정보통신의 영업기획 담당 차장으로 입사했다.
박 부사장은 2002년 아시아나항공의 자금팀 차장으로 입사했지만 얼마 뒤 미국 유학을 떠났다. 2005년 회사로 돌아와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두 사람이 그룹에서 주력 계열사를 거치며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조 부사장은 입사한 지 1년 뒤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겨 4년 만에 임원을 달고 10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3년 초 부사장으로 승진해 4년째 부사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박 사장은 2006년 이사로 승진하며 임원이 됐고 그 뒤 초고속 승진을 이어갔다. 박 사장은 2008년 상무로 승진했고 2011년에 부사장이 됐다. 그 뒤 4년여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다.
조 부사장은 자신감과 추진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한때 신중하지 못한 말과 행동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IT 분야에 대한 지식도 해박해 대한항공이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듣는다.
박 사장은 비교적 어린 나이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워크아웃 돌입과 졸업 등을 모두 겪어 경영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