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준대형 세단 ‘임팔라’의 국내 생산 여부를 놓고 노사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최근 한국GM 부평공장에 임팔라의 출입을 금지했다.
15일 한국GM 노조에 따르면 노조는 12일부터 주차장에 주차된 임팔라 차량에 경고장을 붙이고 있다.
|
|
|
▲ 김 제임스 한국GM 사장. |
이 경고장에 “2월11일부터 공장 내 모든 수입 임팔라 차량의 출입을 통제한다”며 “회사 가 기존 1만 대 이상에서 3만 대 이상으로 말을 바꿨기 때문”이라고 적혀 있다.
보통 자동차회사들은 자사 공장에 다른 자동차회사의 차량을 주차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이번처럼 자사 차량을 주차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한국GM 노조는 임팔라의 국내생산이 확정되지 않은 민감한 시기에 한국GM 임원들이 임팔라를 타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GM 노조 관계자는 “회사 임원들이 업무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임팔라에 한해서만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며 “회사가 입장을 번복한 데 대한 대응 방안의 일환이며 앞으로 대응 방안은 2월 말이나 3월 초에 열릴 확대간부회의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GM 노조는 경고문을 통해 “GM이 한국GM을 단순한 하청기지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지 않다면 긴 휴업을 반복하고 있는 부평2본부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조속히 임팔라의 국내생산에 대한 확답과 계획을 제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GM은 1월 노사 양측이 모두 참석한 ‘미래발전위원회’에서 임팔라를 국내에서 생산하기 위한 조건으로 연간 판매량 3만 대를 제시했다. 당초 한국GM은 국내생산을 위한 연간 판매량 조건으로 1만 대로 제시했는데 이를 3배로 늘린 것이다.
임팔라의 사업타당성 검토를 책임지고 있는 안토니오 쿠베아 부사장은 당시 “한국의 엄격한 안전기준과 연비규제를 충족하려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며 “임팔라를 국내에서 생산하려면 최소 연간 3만 대를 생산해야 타산이 맞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조는 이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연간 3만 대 판매목표가 사실상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데다 회사 측이 별다른 설명 없이 갑자기 조건을 바꿨기 때문이다.
한국GM 노조는 11일 성명을 통해 “한국GM 경영진은 여러 차례에 걸쳐 임팔라의 국내생산을 공언했고 지난해 임금협상 합의서에도 수입 판매 3개월 후 국내생산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노조의 거듭된 임팔라 국내생산 요구에도 불구하고 사측은 연간 3만 대 판매를 조건으로 내걸며 입장을 번복했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임팔라의 국내 생산이 공장의 고용안정과 한국GM의 수익성 증대, 내수시장 점유율 확대 등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임팔라 국내 생산 여부가 한국GM의 존속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
|
▲ 한국GM 부평공장 주차장에 주차된 임팔라 차량에 부착된 경고문. <한국GM 노조 홈페이지> |
한국GM은 지난해 임팔라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연간 1만 대 이상 판매되면 임팔라를 부평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 목표는 얼마 뒤 임금협상을 통해 3개월 연속 1천 대 이상 판매로 구체화됐다.
임팔라는 한국GM이 제시한 조건을 이미 충족했다. 임팔라는 지난해 8월부터 1월까지 6개월 동안 월 평균 1400여 대 판매됐다.
세르지호 호샤 한국GM 회장이 지난해 임팔라의 국내생산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공식석상에서 밝히기도 했다.
한국GM 노조는 이를 근거로 임팔라의 국내생산을 요구해왔다.
그러나 김 제임스 한국GM 사장은 1월 기자들의 질문에 “검토 중인 사안이나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대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