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인수전이 다시 불붙고 있다.
현대증권은 증권사 인수합병의 ‘마지막 대어’로 손꼽힌다. 예상 인수가격도 비교적 낮아 여러 후보가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증권의 가격이 낮게 형성될 경우 현정은 회장이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 낮은 예상가격, 흥행에 불붙일까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5일 “현대증권 인수전은 대형 증권사를 인수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며 “이번에도 최대 변수는 가격결정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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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KB국민은행장. |
현대증권은 자기자본 3조2천억 원대의 업계 5위 증권사다. 대형 투자금융(IB) 사업을 할 수 있는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라이선스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에 2014년보다 646.3% 늘어난 순이익 2790억 원을 내는 등 실적도 좋은 편이다.
서 연구원은 “KDB대우증권 지분 43%는 최근 주가순자산비율(PBR) 1.28배로 미래에셋금융그룹에 매각됐으며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도 주가순자산비율 0.71배로 팔렸다”며 “현대증권은 현재 주가순자산비율 0.39배로 가격적인 장점이 있다”고 진단했다.
주가순자산비율은 주가와 순자산(자본금, 자본잉여금, 이익잉여금의 합계)을 비교해 1주당 몇 배로 거래되는지 알아보는 지표다. 이 비율이 1보다 낮을수록 자산가치도 적게 평가됐다는 뜻이다.
매각대상인 현대증권 지분 22.56%의 가치는 현재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약 2800억 원이며 경영권 프리미엄 30%를 합쳐도 3천억 원대 후반이다. 증권업계에서는 현대증권의 자사주 7.06%까지 합쳐 약 5천억~6천억 원대에서 매각가격이 형성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KB금융지주와 한국투자금융지주가 현대증권 예비입찰 인수의향서(LOI)를 일찌감치 제출한 데에도 비교적 낮은 예상 매각가격이 영향을 줬을 것으로 보인다.
서 연구원은 “KB금융과 한국투자금융은 최근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가격 문제로 쓴잔을 마신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며 “인수 의지에 따라 ‘플러스 알파’를 예상 인수가격에 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부 중소형 증권사와 사모펀드(PEF) 등도 가격적인 장점을 근거로 현대증권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키움증권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현대증권의 인수타당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종금증권도 현대증권 인수의향서 제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모펀드 가운데에서는 파인스트리트가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유력 후보로 꼽힌다. 파인스트리트는 지난해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후순위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 우선매수청구권 부담으로 지목
현대엘리베이터에서 보유한 현대증권 지분 우선매수청구권은 매각가격 결정에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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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우선매수청구권은 제3자에 지분을 매각하기 전 같은 조건으로 먼저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이에 따라 현대엘리베이터는 매각 본입찰에서 최고 가격을 제시한 인수후보보다 먼저 현대증권 지분을 같은 조건으로 사들일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현대증권에 현대저축은행과 현대자산운용을 묶어 1조 원대에 패키지 매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수후보가 지나치게 낮은 가격을 내놓는다면 현대엘리베이터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저가 매수를 막기 위한 통상적인 절차로서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KB금융과 한국투자금융은 현대엘리베이터에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가능성에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엘리베이터가 보유한 우선매수청구권이 현대증권 인수전에서 부담이 될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며 “현대그룹의 실질적인 매각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에 따라 인수전의 흥행 여부가 달려있다”고 진단했다.
현대증권 지분 인수의향서는 29일에 제출을 마감한다. 현대그룹은 3월 중순에 본입찰을 실시해 4월 안에 현대증권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