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호텔업계에 따르면 조선호텔앤리조트가 25일 6성급 호텔 조선팰리스서울강남의 문을 열면서 신세계그룹의 호텔산업이 이제 어느 정도 규모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선팰리스 개장으로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중저가형 비즈니스호텔부터 럭셔리호텔까지 모두 4개 브랜드, 9개의 호텔을 보유하게 됐다.
조선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최근 1년 동안 르네상스호텔, 르메르디앙서울, 쉐라톤팔레스강남호텔 등이 문을 닫으면서 강남권의 특급호텔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며 “당분간 추가 투자보다는 9개 호텔 운영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말했다.
호텔은 정 부회장이 매우 공을 들이고 있는 사업이다.
정 부회장은 2018년 7월 독자 브랜드 부티크호텔인 ‘레스케이프’를 출범하며 호텔사업을 신세계그룹의 성장동력으로 삼고 투자를 진행해 왔다. 비록 레스케이프는 부대시설 부족과 높은 숙박료 등으로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정 부회장의 공격적 호텔사업 투자는 지속됐다.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지난해와 올해 문을 연 호텔만 5개에 이른다.
정 부회장은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연이은 실적 악화에도 모회사인 이마트를 통해 2020년 3700억 원을 지원하는 등 호텔사업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 부회장은 오프라인 유통사업의 살 길은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는 데 있다고 판단하고 ‘콘텐츠’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올해 프로야구구단 SK와이번스(현재 SSG랜더스)를 인수했고 2026년 일부 개장을 목표로 삼아 화성 국제테마파크 건설을 추진하는 것도 이런 경영철학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호텔사업은 정 부회장의 콘텐츠 강화전략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부회장은 쇼핑과 레저, 엔터테인먼트 등을 모두 연결해 고객들이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경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호텔은 이런 모든 사업들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신세계그룹은 온라인과 경쟁하기 위해서 상품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경험적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며 “시중보다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야구를 보며 먹은 햄버거나 호텔 라운지에서 마신 생맥주 등을 기억하고 다시 찾는다는 것이다”고 분석했다.
현재 국내 호텔시장은 호텔롯데와 신라호텔이 양분하고 있는데 최근 코로나19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신라호텔은 숙원사업인 한옥호텔도 건립을 1년 동안 보류하기로 결정했고 호텔롯데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상장작업이 늦춰지고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은 지금이 호텔사업에서 외형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경쟁사와 달리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뒤 어려운 시기를 버텨 여행객이 급증할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호텔업계 일각에서는 정 부회장이 호텔사업에 애착을 보이는 것이 자녀의 경영수업과 관련돼 있다는 말도 나온다.
정 부회장의 아들 정해찬씨는 코넬대학교 호텔경영학을 졸업해 2018년 조선호텔에서 인턴과정을 밟았다. 향후 경영수업도 호텔에서 시작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호텔은 부동산, 금융, 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가 복합된 사업으로 2, 3세 경영인들이 다양한 사업군에 관한 이해도를 단기간에 높이기 좋다.
정 부회장의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부사장도 1996년 신세계조선호텔에 입사하면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