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성 케이뱅크 은행장은 전략과 마케팅 전문가로 평가받아 외부출신으로 은행장에 올랐다.
케이뱅크가 납입자본금을 크게 늘리며 대출 영업확대를 통해 카카오뱅크를 추격할 수 있는 채비를 갖췄는데 서 행장이 대출영업 확대에 솜씨를 보일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가 약점으로 꼽히던 자본확충을 마무리하며 본격적으로 대출영업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뱅크는 2017년 설립 초기부터 자본문제를 놓고 진통을 겪어왔는데 최근 유상증자에 사모펀드, 게임사 등 투자자 참여가 늘어나며 사실상 자본문제를 털어낸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가 보유한 납입자본금 2조8256억 원과 차이도 크게 좁히며 본격적으로 대출시장을 놓고 경쟁에 나설 수 있게 된 셈이다.
케이뱅크는 26일 당초 목표로 삼은 6천억 원을 훌쩍 넘긴 1조2천억 원가량의 유상증자안을 의결했다. 이번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납입자본금이 9017억 원에서 2조1515억 원으로 늘어난다.
앞서 케이뱅크는 자본확충 길이 막히며 지난해 7월까지 1년 넘게 대출영업을 중단했다. 이번 유상증자로 자본문제를 털어내며 대출영업 확대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서 행장은 케이뱅크의 첫 외부출신 행장으로 전략과 마케팅 능력을 높게 평가받아 올해 1월 선임됐다. 자본문제를 털어낸 만큼 본래 강점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서 행장은 중저신용자 대출시장에서 카카오뱅크 추격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당국은 인터넷전문은행이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공급에 미흡하다고 지적하고 중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을 확대하라고 주문했다.
중저신용자는 전체 가계 신용대출 가운데 신용등급 4등급 이하(신용평점 하위 50%) 차주를 뜻한다. 금융위원회는 중저신용자가 22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말 10.2%에 불과한 중저신용자 비중을 2023년 말까지 30%로 확대하기로 했다.
서 행장도 케이뱅크 증자가 마무리되는데로 중저신용자 대출을 2023년 말까지 32%로 높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중저신용자 대출시장 경쟁은 얼마나 우량한 고객을 많이 확보하는지가 관건이다.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신용평가모형 고도화가 필수적이다. 기존 신용평가모형에서 중저신용자로 선정된 차주의 상환능력 등을 재평가해야하기 때문이다.
다만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모두 비금융데이터 확보에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신용평가모형에서 차별성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신용평가모형 고도화 계획을 살펴보면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페이 결제정보, 휴대폰 소액결제 정보, 건강보험료 납부, 연말정산 정보 등을 활용해 대안정보 활용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케이뱅크도 KT, BC카드, 다날 등 주주사 및 관계사가 보유한 정보를 신용평가모형 고도화에 활용한다.
기술적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지 않는 상황에서 우량한 중저신용자 고객을 확보하는 것은 마케팅에서 갈릴 공산이 크다.
서 행장이 솜씨를 보일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이는 이유다.
서 행장은 1992년 삼성생명에 입사해 베인앤컴퍼니 이사, 현대카드 전략기획실장, 현대카드 마케팅본부장, HMC투자증권 자산관리 사업본부장, 현대라이프생명보험 경영관리본부장 등을 거친 전략 마케팅 전문가로 꼽힌다.
특히 2003년 현대카드에서 전략기획실장을 맡으며 ‘신용카드 대란’ 파동으로 위기에 놓인 현대카드를 흑자전환으로 이끈 주역으로 평가된다.
당시 현대카드는 현대카드M 등 고객 혜택을 강화한 알파벳카드를 선보이며 경쟁이 치열했던 카드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서 행장은 케이뱅크에 그만의 색깔을 입히기 위한 인재영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서 행장은 취임 이후 3명의 현대차그룹 금융계열사 출신 임원을 케이뱅크로 영입했다.
5월에는 한진봉 피플앤오퍼레이션 실장을 영입했는데 한 실장은 현대카드 이사와 푸본현대생명 경영지원실 등을 거쳤다.
3월과 4월에도 각각 윤형로 위험관리책임자와 김기덕 마케팅본부장도 선임했다. 윤 위험관리책임자는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컬렉션 관리실장을 지내며 부실채권과 채권회수 관리 업무를 담당했다. 김 본부장은 현대캐피탈 경영기획본부장을 지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이번 자본확충이 완료되면 대출 영업확대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우선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는데 집중하고 마케팅 강화를 위해 핀테크 등 다양한 제휴사를 늘려나가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