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은 옵티머스펀드를 판매한 NH투자증권과 책임 소재를 놓고 치열한 법적 공방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박 행장이 말한 옵티머스펀드 관련 책임을 두고 어디까지 파장이 미칠지 주목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5월 초 옵티머스펀드와 관련해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을 공동 불법행위로 고발한 데 이어 이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과 구상권 청구를 진행하기로 했다.
하나은행도 NH투자증권의 이런 움직임을 놓고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향후 법적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옵티머스펀드는 공공매출채권 등에 투자한다고 투자금을 모은 뒤 대부업체 사채 등 부실자산에 투자했다. 결국 손실을 보고 환매중단 사태가 벌어져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다.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펀드의 최대 판매사였고 하나은행은 펀드 수탁은행이었다. 하나은행이 옵티머스펀드 사태의 책임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옵티머스펀드의 법적 책임을 가를 때 수탁사의 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선관주의) 의무가 쟁점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 부분을 놓고 박 행장의 대처에 따라 하나은행의 ‘책임질 부분’이 달라질 수 있다.
박 행장은 부행장 시절이었던 지난해 정무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나와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에는 수탁사의 감시의무가 면제된다는 점을 들어 하나은행의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박 부행장은 “선관주의 의무와 관련해서 알고 있다”면서도 “선관주의 범위를 두고 법률전문가들 사이에도 이견이 있다”고 말했다.
박 행장은 행장에 오른 뒤에도 관련 법에 따른 의무를 충실히 따랐다는 기존의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법적 절차가 진행될 때도 이 부분을 앞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은행은 이번에 NH투자증권의 책임 주장을 반박하면서 “펀드 수탁업무를 진행하면서 자본시장법에 규정된 수탁사로서 의무를 준수하고 충실히 이행해 왔다”고 앞세웠다.
오히려 하나은행은 NH투자증권을 향해 “옵티머스 판매사로서 직접적 책임을 회피하고 문제의 본질을 훼손했다”고 공격했다. 하나은행은 법적 의무를 준수했다며 NH투자증권에게 ‘직접적 책임’이 있다고 되돌려준 셈이다.
다만 금융감독원이 3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옵티머스펀드와 관련해 NH투자증권은 물론 하나은행에도 업무 일부정지의 중징계를 부과한 점은 박 행장에게도 부담이다. 하나은행 주장과 달리 감시의무를 소홀히 했다고 인정한 것인데 향후 소송전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옵티머스펀드 수탁계약서에 따르면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95% 이상 편입하도록 명시돼 있었던 점도 하나은행이 방어를 해야 하는 대목이다. 계약서와 다르게 사모사채를 사들이면서 비정상적으로 운용이 이뤄지고 있는 것을 하나은행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은 옵티머스자산운용이 하나은행의 인감을 위조해 허위계약서를 날인하는 등 은폐행위를 해 사전에 인지하기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옵티머스펀드 사태는 옵티머스자산운용이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라고 투자자들을 속여 투자금을 모은 뒤 부실기업 사모사채에 투자한 사기사건이다. 2020년 6월 펀드가 환매중단되면서 5천억 원 이상의 피해액이 발생했다.
박 행장이 은행장을 맡기 이전에 일어난 일이지만 국정감사에는 지성규 당시 하나은행장을 대신해 부행장이었던 박 행장이 실무자로서 참석했다.
옵티머스펀드사건은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두고 있다. 26일 열린 김오수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법무부 차관에서 물러난 뒤 옵티머스펀드사건과 관련해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 등 옵티머스펀드 관계자의 변호인으로 활동한 사실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