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F리테일이 계열사 인수 형태로 보광그룹을 지원할 경우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것으로 지적됐다.
BGF리테일은 편의점 'CU'를 운영하는데 편의점 사업과 연관성이 떨어지는 보광그룹 부실 계열사 보광이천을 인수해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회사를 오너가 형제들이 지원하려는 데 대해 비판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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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 |
김지효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5일 “BGF리테일이 보광이천을 인수해 보광그룹을 지원할 경우 주주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BGF리테일은 4일 보광그룹이 소유한 보광이천을 인수해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광그룹의 계열사인 보광과 휘닉스개발투자는 보광이천의 지분 64.52%를 보유하고 있다. BGF리테일은 보광이천의 지분 4.2%를 소유하고 있다.
보광이천은 지난해 1~8월 누적기준으로 영업손실 45억 원을 냈다. 8월 말 기준으로 총자산은 2376억 원, 부채 2429억 원으로 자본잠식상태다.
김 연구원은 “편의점은 그 어떤 유통채널보다 다른 산업과 시너지 창출에 유리하다”며 “지금 시점은 편의점사업과 시너지가 날 수 있는 신규 사업에 투자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골프장은 편의점 사업과의 관련성이 떨어져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김 연구원은 “BGF리테일의 보광그룹 지원 여부나 지원 방식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공시를 보면 보광그룹 리스크가 언제든 BGF리테일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BGF리테일이 사업 연관성이 부족한 보광이천 인수를 내비친 것은 재무구조가 악화한 보광그룹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업계는 파악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BGF리테일이 광고 및 홍보 측면에서 사업가치와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을 고려했을 때 성장성 등을 감안해 투자한다고 했지만 보광그룹 지원을 위해 백기사로 나서는 측면이 강하다”고 말했다.
보광그룹은 창업자인 고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의 넷째아들 홍석규 회장이 이끌고 있다. 이번에 보광이천 인수를 검토한 홍석조 BGF리테일 회장은 홍석규 회장의 둘째 형이다.
홍씨 형제들의 백기사 역할은 이뿐만이 아니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은 홍석규 회장의 큰형인데 보광과 보광제주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수가 이뤄지면 이 회사들은 중앙일보와 JTBC가 소속된 중앙미디어그룹의 계열사로 편입된다.
보광과 보광제주는 강원도 평창군의 ‘휘닉스 파크’와 제주도 서귀포시의 ‘휘닉스 아일랜드’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들의 경영실적도 좋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광그룹의 핵심 기업인 보광의 2014년 말 기준 부채비율은 716%, 영업손실은 50억 원에 이른다.
보광은 홍석규 회장이 28.7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홍석조 회장, 홍석준 보광창업투자 회장, 홍라영 삼성미술관 리움 총괄부관장이 각각 23.75%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보광그룹은 지난해 전자계열사 핵심이었던 STS반도체를 매각했고 BKE&T는 청산됐다. 코아로직은 현재 매각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BGF리테일 주가는 5일 전날보다 1만500원(6%) 오른 18만5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BGF리테일은 보광이천을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4일 주가가 20.09%나 급락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