켐코는 황산니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황산니켈은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의 주요 원재료다.
켐코는 2019년 말 증설을 통해 황산니켈 생산능력을 연간 2만 톤에서 5만 톤으로 늘렸고 이를 8만 톤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화학은 배터리 핵심소재 4가지(양극재, 음극재, 분리막, 전해질) 가운데 현재 양극재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LG화학이 니켈(황산니켈) 함량을 높인 하이니켈 양극재 생산을 확대하고 있는 데다 이미 2017년 11월 켐코 지분 10%를 확보한 만큼 니켈 자체생산을 위해 켐코를 인수에 나설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신학철 부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현재 육성하고 있는 다양한 전지재료(배터리소재)사업 분야의 역량과 자원을 하나로 결집하고 기술 선도기업과 적극적으로 협력해 빠르게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LG화학은 NCMA(니켈,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양극재의 니켈 함량을 업계 최고 수준인 90%까지 높여 생산하고 있다. 양극재에 니켈 함량을 높일수록 배터리출력이 향상된다.
최근 테슬라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에 적용되는 원통형 배터리에 LG화학의 NCMA 하이니켈 양극재가 채택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양극재 생산능력을 현재 4만 톤에서 2026년까지 연간 26만 톤으로 늘린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LG화학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다양한 배터리소재 관련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한다는 방침은 맞다"면서도 "켐코 인수는 확정된 것이 없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신 부회장은 양극재 이외에도 음극재로도 투자분야를 넓히고 있다.
LG화학은 16일 중국 배터리 동박 제조기업 더푸테크놀로지에 400억 원을 투자해 지분을 사들이며 음극재 원재료사업 진출을 알렸다.
동박은 머리카락 두께의 15분의 1 정도 수준의 구리판을 말하며 배터리 음극재에 사용되는 핵심 원재료로 꼽힌다.
LG화학은 동박사업에 진출하고 배터리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음극재를 생산하는 대주전자재료에 대규모 지분투자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LG화학이 켐코를, LG에너지솔루션이 대주전자재료를 인수하거나 지분투자한다면 배터리 핵심 소재 가운데 양극재와 음극재 2가지 분야에서 '배터리-배터리소재-원재료'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이룰 수 있다.
이외에도 LG화학은 LG전자 분리막공장 인수를 통해 분리막소재에도 직접 뛰어들 것이라고 보는 시선이 많다.
신학철 부회장은 장기적으로 다양한 배터리소재 분야의 유망기업을 발굴·육성해 배터리사업 경쟁력을 자체적으로 키우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은 11일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IMM크레딧솔루션이 운영하는 KBE(Korea Battery & ESG)펀드의 핵심 투자자로 1500억 원을 출자했다.
LG화학은 이번 출자를 통해 우선적으로 양극재 및 음극재 제조, 배터리용 주요 금속 재활용 등 전기차 배터리소재 관련 분야의 기업에 투자를 검토한다. 배터리에는 4대 소재 외에도 다양한 소재가 들어간다.
신 부회장은 "이번 투자는 LG화학이 국내 유망한 중소·중견기업들과 함께 미래 성장동력을 지속해서 발굴할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신 부회장은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세계 1위 자리를 노리고 있는 배터리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올해 2분기부터 연결기준으로 배터리사업이 모든 사업부문 가운데 가장 높은 매출을 차지해 완전한 주력사업으로 거듭날 것으로 전망됐다.
증권업계에서는 2분기 LG화학 배터리사업부문(LG에너지솔루션)의 매출을 4조6600억 원 이상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전체 예상 매출(10조6500억 원)의 43.8%에 해당하는 수치로 석유화학사업(예상 매출 4조5천억 원)을 앞지르는 것이다. 3분기부터는 배터리사업의 매출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됐다.
영업이익도 2022년 말 기준으로 석유화학사업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 1분기 기준 배터리사업의 영업이익은 석유화학사업의 3분의 1 수준이다.
배터리사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경쟁력을 확보할수록 기존의 다른 사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이동욱 키움증권 연구원은 "배터리사업이 커질수록 LG에너지솔루션이 투자자금을 직접 조달해 LG화학 자체의 배터리를 향한 투자가 줄어들 것이다"며 "이에 석유화학, 첨단소재, 바이오 등 다른 주력 사업을 향한 투자를 늘릴 수 있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