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STX조선해양의 회계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을 대상으로 회계감리에 착수했다. 감리결과 부실감사가 입증될 경우 삼정회계법인과 회계사들은 과징금 부과나 해임권고 등의 제재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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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교태 삼정회계법인 대표 |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검찰이 STX그룹 분식회계 혐의를 발표한 이후 곧바로 회계감리에 착수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금융감독원의 감리대상은 STX조선해양과 감사인인 삼정회계법인이다. 감리 결과에 따라 감리대상은 STX그룹 다른 계열사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지난달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이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STX조선해양의 영업이익을 부풀려 2조3천억 원대의 분식회계를 했다는 혐의를 밝혀냈다. 분식회계로 재무상황을 좋게 발표해 은행대출을 받고 회사채 신용등급 조작에도 활용했다고 검찰은 발표했다.
금감원의 회계감리는 검찰수사와 별개로 진행된다. 사법당국의 처벌 외에 금융당국도 행정적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지난달 검찰 발표 이후 바로 회계감리에 착수했다"며 "혐의가 적발되면 삼정회계법인과 관련 임직원 모두가 제재대상"이라고 밝혔다. 제재방법으로 임직원에 대한 해임권고나 과징금 부과, 외부감사인 지정, 업무정지 등의 조치가 이뤄진다. 처벌수위는 높지 않다.
그러나 금감원의 제재로 삼정회계법인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2000년대 초반 회계법인 ‘빅3’로 꼽히던 안건회계법인이 부실감사로 인해 문을 닫은 사건이 있다.
안건회계법인은 회계사 500명을 거느린 대형법인이었지만 2003년 코오롱TNS 분식회계 부실감사 문제로 감독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회계사들이 안진 등 다른 법인으로 이직해 결국 안건회계법인은 회계법인 등록 유지 요건인 공인회계사 수 10명을 충족하지 못해 청산의 길을 걸었다.
또 민사소송의 가능성도 골칫거리다. 삼정회계법인의 부실감사로 STX그룹의 회사채를 믿고 산 사람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이와 비슷한 사건으로 지난해 11월 삼일회계법인이 상장폐지된 ‘포휴먼’ 투자자에게 140억 원을 배상한 사례가 있었다. 부실 회계를 가려내지 못했다는 이유다.
부정감사를 저지른 회계사들은 최대 ‘회계사 등록 취소’의 징계를 당할 수 있다. 사안이 심각할 경우 검찰에 기소당할 수 있다. 저축은행을 부실감사한 회계사 2명은 지난해 12월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되기도 했다.
이들은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외부감사 과정에서 부실을 묵인하고 감사보고서에 ‘적정’ 의견을 기재한 데 대해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공인회계사가 부실회계 감사로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된 첫 사례였다. 그동안 회계부정을 묵인한 회계사에 대한 형량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쳤다.
당시 재판부는 “저축은행의 분식회계 사실을 알았거나 미필적으로 인식했으면서도 적정의견을 내 분식회계가 지속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다”며 “전문성과 주의의무가 필요한 공인회계사로서 직분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아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