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2021-05-10 15:27:21
확대축소
공유하기
이기형 인터파크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기존사업 부진의 탈출구를 찾고 있다.
여행 및 공연티켓 등 기존사업부문에 투자해서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신사업인 바이오분야 투자를 늘리는 쪽으로 방침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 이기형 인터파크홀딩스 대표이사 회장.
10일 인터파크그룹 안팎에 따르면 이 회장이 최근 바이오분야 투자를 늘리는 것을 놓고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를 바이오산업의 플랫폼기업으로 만드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인터파크에서 여러 신사업을 주도했던 홍준호 전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 대표가 신약개발기업 지아이이노베이션로 이동한 점이 그 신호로 읽힌다.
지아이이노베이션 측에서도 4월 홍 전 대표 영입 이후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와의 협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놨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제약바이오기업으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2019년 면역항암제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현재 인터파크홀딩스 계열사(지분 40%) 아이마켓코리아가 지아이이노베이션 지분 3.7%를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은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을 놓고 유망 바이오기업 발굴 및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바이오산업의 플랫폼기업'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세워놓고 있다.
앞서 이 회장은 2014년 사재를 털어 민간과학재단을 만들었으며 2017년에는 바이오융합연구소를 세우고 줄기세포 연구도 시작했다.
이후 2020년 7월 인터파크와 아이마켓코리아 공동출자를 통해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를 설립하고 바이오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는 현재 줄기세포로 암을 모사해 면역항암제를 미리 실험하는 방식으로 임상실험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LG생명과학 출신으로 바이오제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구 박사를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영입하면서 관련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을 확보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10월 제약회사 비씨켐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사업권을 100억 원에 인수했고 올해 4월에는 지아이이노베이션 지분 3.7%를 200억 원에 인수하는 등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는 향후에도 유망한 면역항암제 관련 기업을 발굴하고 지분투자 등을 통해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을 최대한 많이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바이오사업을 키우기 위한 투자금액은 그룹의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아이마켓코리아가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소모성자재 공급대행업체로 연간 200억 원대 순이익을 내는 우량회사다.
인터파크그룹 관계자는 "그룹에서 신사업으로 바이오사업을 키우고 있는 것은 맞다"며 "다만 아직까지 구체적 성과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이 불확실한 바이오사업에 투자를 늘리는 까닭은 그룹의 기존 사업에서 활로를 찾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인터파크그룹의 두 축은 그룹의 모태인 인터파크와 아이마켓코리아로 구성돼 있는데 그 아래 16개 자회사가 있다. 이 가운데 13개 회사가 지난해 적자를 내고 있다.
특히 대표 계열사인 인터파크 부진이 뼈아프다. 인터파크의 사업은 크게 여행과 공연, 출판, 쇼핑 등으로 나뉘는데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행 및 공연 티켓사업이 부진에 빠졌다.
인터파크는 2021년 1분기 연결기준 매출 7천936억 원, 영업손실 61억 원을 냈다. 2020년 1분기보다 매출은 5% 늘었으나 영업수지는 적자전환했다. 비교적 선방했다고 평가받는 쇼핑사업도 최근 전자상거래업계 최저가 경쟁이 과열 양상을 띄고 있어 성장을 기대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파크그룹의 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는 아이마켓코리아도 이 회장에게 근심을 안기고 있다.
인터파크그룹은 2011년 삼성그룹으로부터 아이마켓코리아을 인수했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삼성그룹으로부터 의무보장기간이 끝난 2017년 이후 매출이 역성장하고 있다. 2016년 3조4천억 원에 이르렀던 매출이 2020년에는 2조8천억 원대로 내려갔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7216억 원, 영업이익 87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9.59% 늘고 영업이익은 25.51% 줄어들었다.
인터파크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부진의 원인이 코로나19라는 외부요인에 따른 것이니 만큼 긴 호흡으로 극복해가려고 한다"며 "쇼핑사업의 경우 인터파크는 쿠팡이나 SSG닷컴, 이베이코리아 등 업계 공룡들과 경쟁영역이 달라 근래의 최저가 경쟁으로부터 받는 영향이 제한적이고 앞으로도 이들 기업과 직접 경쟁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