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최근 다시 열리기 시작한 리비아 건설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윤 사장은 현대건설의 부진한 해외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발주가 시작될 것으로 보이는 리비아의 대형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7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리비아 정부는 2월부터 압둘-하미드 모함메드 드베이바 신임 총리가 새로운 통합정부 구성에 착수하면서 석유와 가스산업 발전에 필요한 주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리비아는 원유 생산량이 내전 이전의 70% 수준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국제유가도 배럴당 60달러를 돌파하는 등 오름세를 보여 전후복구에 투자할 여력이 갖춰졌다.
리비아 정부는 발전, 도로, 보건 등 기본 인프라 사업부터 정유사업까지 내전으로 파괴된 시설의 재건투자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에게 리비아 현장에 복귀해 달라는 리비아 쪽의 요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 그동안 중단했던 공사현장을 재개하고 건설공사를 추가로 수주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윤 사장은 1987년 현대건설에 입사해 국내 현장 관리팀장을 거쳐 재경본부 사업관리실장과 공사지원사업부장을 지냈고 2018년에는 주택사업본부장을 맡은 국내현장 전문가다.
사장 취임 첫해 1분기 실적에서 해외사업 실적이 신통치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 해외수주에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1분기 해외수주액 9175억 원, 해외매출 1조4021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과 비교해 해외수주액은 84.8%, 해외매출은 13.1% 각각 감소했다.
지난해 1분기에는 1조7천억 원 규모의 파나마 메트로 3호선 공사, 1조2천억 원 규모의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 공사 등 대규모 사업을 수주했지만 올해는 아직 대형사업을 따내지 못했다.
해외건설 현장에서 강세를 보이는 삼성물산, 대우건설과 비교하면 현대건설의 해외사업 부진은 눈에 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1분기에 지난해 1분기보다 4조 원이 넘는 신규수주잔고를 쌓았고 대우건설도 40% 이상 신규수주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전체 실적을 놓고 봐도 현대건설은 주택사업에서 승승장구했지만 해외사업에서는 발목이 잡혔다.
현대건설의 해외사업 매출비중이 전체 매출의 40%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주택사업에만 집중하고 해외사업을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다.
윤 사장은 리비아의 변화에 발맞춰 빠르게 수주전 준비에 착수했다.
4월에는 조상훈 글로벌마케팅 상무가 직접 리비아로 건너가 수도 트리폴리에서 국영석유공사(NOC),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현대건설은 이 자리에서 리비아 석유사업에 재진출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내전 이전에는 리비아가 현대건설의 주력시장 가운데 하나였다.
현대건설은 리비아에 이미 확보해 둔 사업이 있고 국내 건설사 가운데 리비아 누적수주액 3위에 이를 정도로 리비아 정부와 돈독한 신뢰관계를 쌓아두기도 했다.
현대건설은 기존 사업을 발판으로 추가수주도 노릴 수 있다.
리비아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프로젝트의 규모도 상당히 커 오랜 기간 리비아에서 사업을 진행해온 현대건설이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있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건설업계에서 추정하는 리비아 재건 관련 프로젝트 발주액은 약 1200억 달러로 133조 원 이상이다”며 “기존에 오랫동안 중단된 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은 물론 건설분야의 새로운 프로젝트 발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이 리비아에 확보해둔 사업은 트리폴리 웨스트 1400MW 발전소 건설사업이다.
이 사업의 공정률은 50% 정도로 수주잔고는 계약액의 50%인 7235억 원 수준이다. 알칼리즈 1400MW 발전소는 공정률 99%로 완공을 앞두고 있다.
현대건설은 리비아 송전선사업에도 진출해 벵가지-토브룩 구간 송전선공사, 사리르-아즈다비야 구간 송전선공사에 계약잔액이 남아있기도 하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리비아 트리폴리 발전소사업이 재개되면 수주잔고를 받을 수 있어 7천 억원대의 수익이 확정된다”며 “리비아 상황이 안정되면서 석유사업 등 추가적 수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정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