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그룹이 자산 증가로 올해 처음으로 대기업집단(공시대상 기업집단)에 포함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은 계열사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가치가 높아졌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권홍사 전 반도그룹 회장은 한진칼 지분투자로 큰 평가수익을 낸 셈이지만 대규모 지분을 팔기 어려운 데다 대기업집단 편입으로 사회적 책임도 커져 뜻하지 않은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30일 재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반도그룹이 올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대기업집단에 들어간 데에는 계열사들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가치가 높아진 것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시선이 많다.
공정위는 반도그룹 자산이 늘어난 이유로 주식 등 자산가치 상승을 꼽았는데 반도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은 한진칼 지분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도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대호개발(8.31%), 한영개발(8.08%), 반도개발(0.85%) 등 계열사를 통해 한진칼 지분 17.24%를 보유했다.
대호개발, 한영개발, 반도개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이 지분들의 장부가액은 7168억 원이다.
반도그룹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규모가 5조5850억 원으로 대기업집단 지정 기준 5조 원을 넘겼는데 이 가운데 한진칼 지분이 차지하는 비중이 12.8%에 이르는 것이다.
반도그룹은 한진칼 지분을 2019년 말 8.2% 보유하고 있었는데 권 전 회장은 지난해 계열사를 통해 3778억 원을 들여 지분 9.04%를 추가로 매입한 것으로 확인된다.
지난해 말 반도그룹의 한진칼 지분 장부가액이 2019년 말보다 5200억 원 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권 전 회장이 지난해에만 한진칼 지분 매입으로 1422억 원의 평가수익을 남긴 셈이다.
권 전 회장은 큰 평가수익을 냈지만 현재 상황을 마냥 반길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3자연합(KCGI, 반도그룹,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해체로 한진칼 지분을 매입한 원래 목적인 경영권 확보에 실패한 데다 대규모 지분을 당장 팔아 수익을 실현하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권 전 회장이 지분을 장내 매각할 움직임을 보인다면 시장이 이를 대량대기매물(오버행)로 보고 투자심리가 위축돼 주가가 크게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장외에서 대량으로 한진칼 지분을 매입할 곳을 찾는 것도 현재로서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승리로 끝나면서 권 전 회장의 한진칼 지분은 현재로서는 경영권에 개입할 여지가 없는 지분이라고 볼 수 있다.
경영권 분쟁 종료로 한진칼 주가가 최근 5만 원 중반대에서 분쟁이 본격화하기 전인 2019년 말의 3만 원대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권 전 회장의 지분 매입에 당장 관심을 보이는 곳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에 힘을 싣는다.
권 전 회장으로서는 한진칼 지분과 관련한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권 전 회장은 반도그룹이 대기업집단에 들어가면서 사회적 책임이 높아졌다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대기업집단에 소속되면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시 및 신고 의무가 강화되고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이 적용된다.
반도그룹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권 전 회장이 주요 현안을 잡음 없이 처리해야 할 필요성도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권 전 회장은 아들인 권재현 반도홀딩스 상무에게 반도그룹 지주사인 반도홀딩스 지분을 승계해야 하는 등 관심이 높은 현안을 남겨 두고 있기도 하다.
권 전 회장은 지난해 11월 반도그룹 회장에서 물러나며 경영일선을 떠났다.
하지만 반도홀딩스 지분 69%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여전히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공정위도 29일 권 전 회장을 반도그룹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