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에서 중진과 신진을 막론하고 다양한 인물들이 당대표 경쟁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영남 대 비영남'의 대결구도를 중심으로 각 후보들 사이 합종연횡이 이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왼쪽), 나경원 전 의원. |
27일 국민의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당대표 출마를 공식화한 인물 외에도 인지도 높은 당내인사들이 당대표 도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나경원 전 의원은 26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갑작스럽게 원내대표 소임에서 내려와야 했고 점차 윤곽이 드러났던 마지막 협상의 끈마저 놔야했던 2019년 초겨울은 두고두고 아쉬움을 남긴다”라고 적었다. 일각에서 당대표 도전의 뜻을 내비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나 전 의원은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에 도전하기 전인 지난해 말 전당대회, 대통령선거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폭넓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전국적 인지도를 지닌 데다 정치경험도 많은 편이라 당 안팎에서는 나 전 의원의 당대표 도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 국민의힘 당권주자로 중진 의원들이 많이 거명된다. 5선의
주호영 조경태 의원, 4선의 권영세 홍문표 의원, 3선의 조해진 윤영석 의원 등이 꼽힌다.
젊은 개혁성향 당대표주자로는 초선의 김웅 의원의 도전이 확실시된다.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최고위원도 당대표 도전을 고민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 당대표 경쟁에서 가장 두드러진 대결구도는 '영남 대 비영남' 구도다.
주호영, 조경태, 조해진, 윤영석 의원이 영남에 기반을 뒀고 권영세(서울), 홍문표(충청), 김웅(서울) 의원과
나경원 전 의원(서울), 이준석 전 최고위원(서울) 등은 비영남권 인사다.
최근 당내에는 ‘영남 지역당’ 이미지를 벗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당의 핵심 지역기반인 영남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시선도 있다.
아직 전당대회 경선룰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직전 전당대회와 마찬가지로 당원투표와 일반여론조사 비중이 7대 3이 될 가능성이 많다. 보수성향이 짙은 당원들의 표심이 결과를 좌우할 가능성이 많은 셈이다.
전당대회에 앞서 열리는 원내대표 경선 결과에 따라 원내대표와 당대표 사이 지역안배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만약 영남권 원내대표가 나오면 당대표로는 비영남권을 밀어주는 방식이 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만약
나경원 전 의원이 당대표 도전에 뛰어든다면 막강한 후보가 되겠지만 영남 쪽 표는 결집되는 반면 수도권 쪽은 분산될 가능성도 많아 결과를 예단하기 쉽지 않다”며 "영남 의원들이 의리로 뭉치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기성 정치인 대 소장개혁파' 구도도 보인다.
주호영 의원이나
나경원 전 의원 등은 지역적으로는 구분되지만 기성 정치인이란 점은 비슷하다. 정통 보수를 지향하는 지지층이 겹칠 여지가 있다.
이와 달리 김웅 의원이나 이준석 전 최고위원 등은 개혁성향이 강하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비교적 가까운 편이다.
여러 인물들이 당대표 도전에 나선 만큼 전당대회에 앞서 후보들 사이 교통정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앞서 5선의 정진석 의원이 당대표 도전을 접으며
주호영 의원과 사실상 단일화했다고 전해졌다.
특히 전당대회에서 어떤 지도체제를 채택하는지 여부는 후보들의 합종연횡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집단지도체제가 채택되면 득표 순서대로 당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게 되지만 지금처럼 단일지도체제가 유지되면 당대표와 최고위원 경선을 따로 치른다.
이 때문에 현행 단일지도체제가 유지되면 일부 당대표주자들은 최고위원 경선으로 목표를 바꿀 수도 있다.
각 지역별로 당대표주자들이 교통정리를 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약점을 보완하는 식으로 단일화할 가능성도 있다. 영남과 비영남, 기성 인물과 개혁 인물이 손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원회 의장을 러닝메이트로 함께 선출했던 2020년 경선에서 영남 비박근혜
주호영 의원과 충청 친박근혜 이종배 의원이 짝을 이뤘고 수도권 친박근혜 권영세 의원과 영남 친이명박 조해진 의원이 짝을 이룬 것과 같은 맥락이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