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철규 한솔제지 대표이사 사장이 일회용품시장의 탈플라스틱 움직임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15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한 사장이 포장재 및 용기시장을 공략하는 것은 침체된 제지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솔제지의 미래먹거리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한솔제지는 최근 종이포장재 '프로테고'와 종이용기 '테라바스'의 기업고객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및 비닐 사용량이 많은 아모레퍼시픽, 롯데제과, 우아한형제들 등 화장품 및 식음료기업들과 다양한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솔제지의 종이포장재와 종이용기 제품은 플라스틱 코팅 없이도 수분과 공기를 차단할 수 있고 100% 분리수거 및 자연분해가 가능해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다.
기존 종이포장재나 종이컵, 라면용기 등은 상품 접촉면에 얇은 플라스틱 막이 씌워져 있어 수분 및 공기 차단성은 우수하지만 가열하면 환경호르몬이 발생할 수 있고 재활용 및 자연분해가 되지 않는다.
한솔제지의 종이포장재 프로테고는 기술력을 인정받아 세계포장기구로부터 '2021 월드스타 패키징 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했다.
한솔제지 관계자는 “늘어나는 종이포장재 수요에 대응해 다양한 형태와 특성의 제품을 선보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적으로 플라스틱 사용규제가 강화되고 산업계가 환경 등 ESG분야에 관심이 늘어나면서 기존 플라스틱포장재를 대체하려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정부도 이를 고려해 2025년까지 플라스틱포장 사용량을 20% 줄이는 내용을 담은 ‘생활폐기물 탈 플라스틱대책’을 내놓고 플라스틱 사용에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과포장을 금지하는 등의 규제정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여기에 많은 국내 기업들이 높아진 소비자의 눈높이에 부응하며 탈플라스틱 흐름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플라스틱포장재의 대체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패키징기술센터에 따르면 2020년 국내 포장재시장 규모는 56조 원 수준으로 이 가운데 플라스틱의 시장규모는 약 19조 원, 종이류는 14조 원으로 아직까지는 플라스틱포장재시장이 더 크지만 향후 종이포장재시장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 사장은 부진에 빠진 기존 제지사업의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2020년 1월 대표에 선임됐다.
한 사장은 1986년 한솔제지의 전신인 전주제지 시절 입사해 한솔그룹에서 32년을 함께 한 대표적 한솔맨이다. 대표이사를 맡기 직전까지 한솔제지의 사업관리 T/F담당 사장을 맡아 한솔제지의 신사업전략을 이끌었다.
한 사장은 한솔제지의 55년 제지산업 노하우와 연구개발 역량을 총동원해 친환경 종이포장재 제품을 내놓고 국내외 탈플라스틱 흐름에 올라탈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한솔제지는 사회 전반에 걸쳐 다양한 업무와 교육의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저성장에 빠져 있다.
특히 2020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근무가 늘고 야외활동이 줄면서 인쇄용지 및 특수지 수요는 급감했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한솔제지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인쇄용지와 특수지 업황이 부진해 2021년도 부진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친환경사업에 대한 포트폴리오 확장은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 차원에서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한솔제지는 2020년 매출 1조5100억 원을 내면서 매출이 2015년 수준(1조5117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