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법정관리를 졸업한 지 10년 만에 다시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 기업 존폐의 갈림길에 놓였다.
고용 등의 문제로 청산보다는 존속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쌍용차가 투자유치 없이는 독자적으로 생존하기가 어려운 만큼 쌍용차와 채권단 등은 공개 매각절차를 통해 새 주인을 찾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 쌍용자동차 기업로고.
다만 현재 거명되는 인수후보자들이 쌍용차를 인수한 뒤 실제 운영할 능력이 있는 지와 관련해 검증이 되지 않은 만큼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의 출자전환을 통한 존속방안도 나오고 있다.
15일 쌍용차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아 ‘회생계획인가 전 인수합병(M&A)’ 방안을 추진한다.
회생계획인가 전 인수합병은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회사가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기 전에 매각절차를 밟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법원이 기업회생절차를 개시하면 채권자 목록 제출 및 채권조사, 조사위원의 조사보고서 제출, 관계인 설명회, 회생계획안 제출, 관계인 집회(회생계획안 심의 및 결의), 법원의 회생계획인가 결정, 회생계획 종결 결정의 순서로 진행된다.
조사위원이 쌍용차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크다고 판단한 조사보고서를 제출하면 법원은 청산절차를 밟게 되며 그 뒤 절차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도 언제든 청산이 이뤄질 수 있다.
서울회생법원은 이날 쌍용차의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내리면서 동시에 회생계획인가 전 인수합병 추진을 통해 매각 주관사를 선정해 기업회생절차를 빠르게 마칠 계획을 세웠다.
협력사 납품대금 등 기업회생절차 기간에도 없어지지 않는 공익채권 등으로 청산가치가 높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쌍용차가 파산하면 2만여 명의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어 사회적 비용까지 고려해 기업 존속 가능성에 좀 더 무게가 실리고 있다.
회생계획인가 전 인수합병은 새로운 투자자를 유치해 기업회생절차를 빠르게 마무리하겠다는 점에서 쌍용차가 기존에 추진해왔던 사전기업회생제도(P플랜)와 비슷하다.
다만 사전기업회생제도에서는 기존 잠재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홀딩스와 협상을 지속했지만 회생계획인가 전 인수합병은 공개매각 입찰을 추진하며 인수후보자들도 늘어났다는 점에서 쌍용차가 매각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6~7곳이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내 전기버스 제조회사인 에디슨모터스와 전기스쿠터업체인 케이팝모터스, 사모펀드 계열사로 알려진 박석전앤컴퍼니 등이 쌍용차 인수 의향을 내비쳤다. 기존 잠재적 투자자인 HAAH오토모티브홀딩스도 회생계획인가 전 인수합병 절차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차 관계자는 “협상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한 단일 인수후보자와 협상 과정에서 시간이 지연되는 문제를 차단하고 공개매각을 통한 다수의 인수후보자 사이의 경쟁을 유도해 더욱 유리한 조건으로 매각을 성사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현재 공개된 인수 희망자 이외에도 또 다른 인수 희망자들이 비공식적으로 인수의향을 보이고 있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다만 인수자로 거명된 회사들의 자금조달 계획 등이 아직까지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은 만큼 쌍용차의 공개매각이 성공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쌍용차 우선협상 대상자가 된 회사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금 투입의 대가로 채권단의 채무조정, 기존 주주 감자, 인력 구조조정을 포함한 회사의 자구계획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기존에 사전기업회생제도 때와 동일하게 회생계획안을 보고 자금지원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우선협상 대상자가 선정된 이후에 팽팽한 줄다리기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쌍용차 매각이 실패하면 결국 산업은행의 출자전환과 자금지원이 불가피하다는 시선도 나오고 있다.
쌍용차의 부채규모가 큰 만큼 산업은행이 19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채권을 출자전환하고 신규자금을 투입해 산업은행 아래에 두고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2017년 매각이 불발되면서 현재 산업은행 자회사인 KDB인베스트먼트가 대주주로 있다.
하지만 쌍용차가 산업은행의 지원을 받기까지는 진통을 겪을 공산이 크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쌍용차 출자전환 등 선제적 추가 지원에 줄곧 반대해왔다.
이 회장은 머니투데이와 올해 1월 인터뷰에서 "출자전환을 하라는 말은 곧 쌍용차를 국유화하라는 것인데 그것은 해결책이 아니다"며 "출자전환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